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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l 15. 2023

작가노트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6/20의 기록)

오늘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책을 읽다 어느 한 단편에 대해 작가가 쓴 작가노트가 너무나 좋았어서 기억에 남는다. 단편의 제목은 ‘젊은 근희의 행진’으로 이서수라는 작가가 쓴 글이다. 이 내용은 언니의 눈에는 마냥 철부지 같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동생이 사실은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본인 나름의 신념을 가진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언니가 어떠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되는, 그래서 그 일을 계기로 동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이 그동안 동생을 마냥 어리고 철없는 철부지로만 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그런 내용의 단편소설이다. 소설은 어쩌면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자매의 이야기로 재밌게 읽었다. 그리곤 항상 책을 읽을 때마다 꼭 빼먹지 않고 읽는 작가노트를 습관처럼 펼쳐서 읽는데, 나에게는 그 몇 장 되지 않는 작가노트가 글보다도 더욱 기억에 남아 작가노트의 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작가노트를 보면 이 글은 어쩌면 작가 본인의 현실이 반영된 이야기일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의 동생을 이해하고 싶어 쓴 글이라고 했다. 그걸 읽으니 글의 내용과 작가가 글을 쓴 의도와 계기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곤 작가님은 동생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여동생이 있고 그녀를 항상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매번 생각에서 멈춘다. 그런데 동생을 이해하고 싶어 쓴 글이라니. 너무나 멋있는 언니가 아닌가. 그래서 작가님은 동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작가 노트 중 반복해서 읽게 만든 구절이 있어 가져와봤다. ‘젊은이는 늘 있었다. 1920년대에도, 1950년대에도 어김없이 젊은이는 나타났다. 시대가 변하며 사람들의 직업과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도 ‘젊은이’는 늘 그대로인 것 같다. 마치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는 인류의 유전자처럼. 사실 동생과 나는 둘 다 젊은이라고 할 만한 나이가 아니다. 어쩌면 ‘젊은’은 상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 같다. 슬픔과 기쁨처럼 젊음 역시 감정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느 시기에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안도감이 들고 더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라는 구절이다. 특히 여기서 ‘젊은은 상대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 같다. 젊음 역시 감정이 될 수 있다면’이라는 부분이 특히 와닿았다. 정말로 우리에게 ‘젊음’이라는 것이 한낱 감정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이렇게까지 나이와 늙음과 젊음에 얽매이면서 살아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감정에 불과한 것이라면 모두들 이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좀 더 내려놓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여러 가지 감정들 중 하나인 젊음으로서 그렇게 자연스러운 감정들 중 하나로. 그래서 책의 내용도 너무 좋았지만 작가노트도 너무나 좋았다. 매년 이렇게 나오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는 것은 나의 하나의 기쁨이다.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보고는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볼 수 있는 그런 발견의 설렘을 만끽할 수 있는 기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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