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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Oct 21. 2023

겨울은 머리가 뜨거워지는 계절

주절거림

항상 겨울만 되면 밤거리를 어김없이 헤매는 나. 내 기억 속의 나는 항상 겨울만 되면 밤거리를 코가 시릴 때까지 빙글빙글 돌며 생각에 잠겨 있다. 그 덕에 항상 '겨울' 하면 그 모습부터 먼저 떠올라 버린다. 최대한 두껍게 입고 나와 냉기를 맞으며 항상 뜨거운 머리를 식혔다. 겨울은 역시 생각이 많아지며, 머리가 뜨거워지는 계절이다. 매번 한 해는 거의 다 지나가고 이제는 새로운 해가 다가올 일만 남았을 때, 아직은 새해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한해를 되짚어보며 과연 나의 1년을 어땠는지, 좀 더 나은 내가 되었는지를 헤아려본다. 그리고 누구나 그러하듯 앞으로 다가올 새해는 모든 것이 부족했던 올해 같이는 보내고 싶지 않아 이것저것 마음속으로 계획들을 짜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한다. 그래서 항상 연말은, 겨울은 내게 무겁게만 다가온다.


겨울만 되면 이 1년에 대한 최종 결과표를 받는 느낌이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뒤처져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불안함에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붙잡고만 싶어 진다. 하지만 매번 만족보다는 만족스럽지 못한 1년을 보낸 것에 대한 후회를 하기에 이것을 수습하고자 항상 미리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우며 조급해진다. 그래서 나는 겨울만 되면 밤거리를 서성거리며 온갖 생각들에 잠긴다. 그러다 보면 추위도 잊은 채 볼이 빨갛게 물들을 때까지 겨울 밤거리를 빙글빙글 돌며, ‘앞으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하는 그런 생각들을 한다.


아직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지 않고, 마무리를 할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이미 나를 뺀 모든 것들은 마무리를 준비하며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면 그것들에 마음이 조급해져 항상 생각과 계획만 많아졌다. 이제 코끝이 시리며 점점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이번 겨울도 분명 나는 밤거리를 돌며 생각에 잠길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한 해를 마무리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아직도 방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두렵다. 겨울이 오는 것이, 추워지는 것이.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밤거리를 헤매야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매번 겨울만 되면 밤거리를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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