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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Oct 20. 2023

일, 이, 삼

주절거림

사람이 지나갈 때면 항상 마음속으로 일, 이, 삼을 센다. 그러면 그 사람의 체향이 3초 후에 내 콧속으로 들어온다. 어떨 때는 미리 상상을 하며 궁금해하기도 한다. 저 사람의 체향은 어떨까, 과연 어떤 향기가 날까.


그 수많은 지나침 속에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향기도 있다. 처음 만난 그가 내게 악수를 건넸을 때 그 악수와 함께 내게로 전해져 오던 그의 냄새.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와 함께 나를 그대로 지나쳐가던 그의 냄새. 여행 중 우연히 동행하게 된 그녀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그렇게 오늘 하루 즐거웠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멀어져 가던 그녀의 냄새. 어릴 적 무서운 꿈을 꿨을 때마다 엄마품속으로 꿈틀거리며 기어 들어가면 내게는 안정제처럼 느껴지던 엄마의 냄새.


지금도 그 냄새들을 기억하면 그때의 기억 속으로 나는 다시 빨려 들어가 버린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피어오르며 어느 순간 선명한 기억으로 내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후각은 시각만큼이나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다. 내가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은 나를 과연 어떤 냄새로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부디 그들에게 아픈 냄새가 아니었으면 하지만, 내게도 당연히 가슴을 아리게 하는 냄새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아마 어려운 일 일 것이다. 괜스레 사람들의 체취를 맡고 싶지 않은 날에는, 상대가 지나갈 때까지 숨을 꾹 참아버린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천천히 5초를 쉬고는 그대로 후 하고 크게 숨을 내뿜어버린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폐에 공기가 가득 찰 때까지 있는 힘껏 공기를 마셔버린다. 오늘따라 기억이 나는 체취가, 냄새가 있다. 그 냄새들은 불과 어제 맡은 것처럼 선명하게 내게 느껴진다. 하지만 난 앞으로도 그 냄새들을 다시 맡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냄새들이 더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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