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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May 20. 2023

불로장생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5/06의 기록)

집에 오는 길에 할머니들께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을 봤다. 서로 공유를 한 미용실에서 한 듯 한 머리와 알록달록 원색으로만 이루어진 신발과 옷을 입고서는 말씀을 나누고 계시던 그분들. 그분들을 보고 나서 건너편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니 문득 나의 나이 든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지금으로서는 내가 할머니가 된다는 것이, 늙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뿐더러 상상도 가지 않지만, 아마 그분들도 젊은 날에는 나와 똑같지 않았을까. 그분들의 젊은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본인들이 이렇게 늙어 영락없는 할머니가 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하셨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생각은 지하철의 노약자석에 앉아 계시는 노인분들을 보고서도 자주 하는 생각이다. 그분들도 나처럼 젊고 건강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걸 할 수만 있을 것 같은 그런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풋풋하고 젊은 청년의 시절이 말이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분들의 청년시절은 까마득한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하철에 앉아 계시는 노인 분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든다. ‘젊음’이란 것이 너무나 찬란하고 한 순간이라는 것과 ‘늙음’이란 것이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20대 중반인 나도 지금도 너무나 젊지만, 벌써부터 20대 초반과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워지며, 그때 보다 더 나이가 든 나의 모습에 슬퍼하며 어떨 때는 낯선 감정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이가 들어갈 일만 남은 나는 얼마만큼이나 나의 나이 든 모습에 실망하고 절망하며, 단념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가 항상 말하던 엄마도 마음만은 20대라는, 마음만은 그 시절과 똑같다는 말이 어렸던 나에겐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크고 난 지금에서야 엄마의 마음이, 엄마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나도 마음만은 그 시절과 변함이 없지만, 겉모습은 그때와는 많이 변했고 사람들도 그 시절의 나로서는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 어떨 때는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나의 내면은 그때와 똑같지만, 모습이 변함에 따라 점점 그 겉모습에 맞게 행동을 해야 되는 것에 조금은 숨이 막혀오고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분명 엄마도 나와 같은 그러한 순간들을 경험했겠지.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면 무언가 낯설고 신기하면서도 슬프기도 하다. 그들도 이렇게나 곱고 청춘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늙어 가는 본인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벌써부터 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늙어 가는 나의 모습을 마주 하기가 두려워진다.  항상 엄마가 본인의 늙은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늙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다들 그렇게 늙어 가는 거야”라는 말을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엄마보다 젊은 나 또한 늙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기가 싫고, 늚음을 외면하고만 싶어 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것은 나 자신에게도 하는 이야기이다.


옛날이야기를 보면 불로장생을 할 수 있는 약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것은 현재든 옛날이든 모두들 젊음을 그리워하며, 늙고 싶지 않다는 인간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젊음이란 것이 순식간이고 귀하며 찬란하기에 모두들 그렇게 젊음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 또한 불로장생 약이 있다면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버렸을 것이다. 과연 나의 나이 든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나 또한 오늘 보았던 할머니들과 같은 빠글빠글한 파마를 하고서는 눈이 부신 화려한 옷들을 입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오늘 본 그분들은 어떻게 늙음을 받아들이고 당신들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도 그들과 같은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나의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의 젊은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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