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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May 21. 2023

애증의 존재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5/07의 기록)

안 좋은 것들은 모두 집에 놔두고 떠나온 나는 집에 내려갈 때가 되면 그리움과 반가움의 감정이 들면서도 불안함과 두려움의 기분을 느낀다. 집은, 고향은 나에게 있어 애증의 존재이다. 가고 싶으면서도 떠나고 싶은 곳. 머물고 싶으면서도 돌아서고 싶은 곳. 행복하면서도 숨이 조여 오는 곳. 항상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집으로 간다는 설렘과 함께 다시 서울로 되돌아가고 싶어지는 모순적인 기분을 느낀다. 집은 나에게 있어 안식처이면서도 집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나에게 있어 숨이 막혀오는 족쇄 혹은 감옥과도 같다. 집에서 보내는 짧은 1박 혹은 2박 동안 계속해서 마음이 변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냥 내일 돌아갈까, 아니, 하루만 더 있을까’, ‘얼른 서울로 올라가고 싶다, 아니, 서울로 돌아가기 싫다’ 이런 이중적인 마음들로 수시로 변하는 내가 있다.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들을 모두 집에 놔두고 온 나는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그것들을 놔두고 오기 전의 나로 되돌아간다. 아무런 힘도, 감정도, 행복도 없던 그 시절의 어린 나로. 그것이 마음을 죄여온다. 꼼짝없이 그때의 나로 되돌아가는,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그 무력함. 잊고 살던 현실들이 한꺼번에 나를 덮쳐온다. 그것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슴이 내려앉는다.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좋으면서도 싫은 나의 고향. 항상 짧은 몇 박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다시 서울로 향하는 길,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드디어 벗어난다는 해방감과 함께 숨이 트이는 기분. 반대로 한편에 남는 아쉬움과 그곳에 다시 놔두고 온 것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 하지만 매번 나는 이 걱정과 불안을 애써 외면한 채 바깥 풍경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집에서 돌아온 날은 꼬박 하루를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보낸다. 그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또 무뎌지고 잊혀가는 내가 있다. 항상 나는 이 과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집은, 고향은 나에게 있어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벗어나기 싫고 싫으면서도 좋고 그리우면서 그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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