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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May 25. 2023

비혼

내가 살아가는 방식(2023/05/10의 기록)

이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가 왔다. 그와 함께 자식 또한 낳지 않는 부부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비혼을 다짐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는 우리 부모님의 영향이 큰데, 나의 엄마는 철없는 장남의 며느리로서 시댁과는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착한 사람이다. 그 와 반대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남아 선호 사상에 극심한 유교사상을 가진 옛날분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릴 적부터 지켜봐 온 엄마의 결혼 생활은 나로 하여금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나의 비혼에 대한 생각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우리 아빠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엄마의 속을 많이 썩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는 마냥 아빠가 싫었고 엄마가 항상 불쌍했었다. 그것을 완전한 자아가 생기기도 전인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나는 일찍이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졌고, 결혼에 관해서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끔 만들었다. 내가 말하는 부정적인 결혼과는 반대로 분명 행복하고 따뜻한 결혼 생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 내가 보았던 결혼 생활은 전부 다 현실 그 자체였고, 결혼으로 인해 받는 행복보다 고통이 큰 사람들이 더욱더 많았기 때문에 그것은 나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항상 명절과 제사에 시달리는 엄마, 시어머니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엄마, 작은 엄마와 큰 고모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엄마,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엄마. 어릴 적부터 봐온 이런 엄마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나는 어릴 적부터 내가 결혼을 한다는 선택지가 없었으며, 그것을 당연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주변사람들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가 말하는 “나는 결혼을 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에 , 열의 아홉은 “야, 그런 애들이 꼭 결혼을 일찍 하더라. 너도 그럴걸?”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나는 항상 너무나도 듣기가 싫었다. 나의 이 비혼다짐은 어린 마음에서 하는, 그런 철없을 적의 이야기가  아닌, 어릴 적부터 마주하고 경험한 것들과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기반으로 ‘나’라는 사람에게는 결혼이라는 것이 맞지가 않고, 그만큼의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과 확신 끝에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이런 나의 깊은 고민과 생각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런 나의 마음을 ‘한 때의 가벼운 마음’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것이 나는 너무나도 싫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나는 항상 결혼은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둘의 사랑만으로 될 수가 없는 지독하고 지극한 현실. 너와 나만 좋다고 하여 되는 것이 아닌, 살아온 환경과 삶의 방식이 다른 한 집안과 다른 한 집안이 엮이는, 이혼을 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법적으로 엮이게 되는 그런 관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결혼을 쉽게 봐서도,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어쩌면 죽고 나서 까지도 함께 할 관계이기 때문에 신중, 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우 무겁고도 중대한 일인 이 결혼이 맞지가 않는다. 항상 어딘가에 얽매여 있고 싶지 않아 하고, 매 순간 자유를 갈망하는 나는 어딘가에 얽매여 있으며 자유를 제한당할 수밖에 없는 결혼이 싫다. 그래서 결혼과도 같은 의미로서 아이도 낳고 싶지가 않다. 엄마는 항상 내게 “너도 너 같은 딸을 낳아봐야 엄마의 마음을 알 텐데”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마음을 알고 싶지가 않다.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그 상황이 나는 너무나도 무섭다. 내가 제일 소중한 지금의 나는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것이 두렵다.


항상 나의 삶보다 자식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우리가 없었더라면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좀 더 즐기면서 자신의 삶을 살지 않았을까. 우리를 낳음으로써 얻은 것도 분명 많겠지만, 그만큼 본인의 삶을 잃었구나’. 한 인간으로서의 삶보다 엄마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고 있는 엄마를 보며 어떨 때는 미안한 감정과 씁쓸한 감정을 느끼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 또한 자식을 낳는다면 분명 지금의 엄마가 그러하는 것처럼 나의 삶은 저쪽 뒤편에 둔 채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엄마를 봐오면서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이기적인 나는 죽을 때까지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었다. 자식에 대한 희생적인 삶을 살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도, 아이가 괴롭고 슬플 때마다 그 아이의 괴로움과 슬픔을 내가 대신 가져가고 싶은 그런 감정도 느끼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로 인해 한없이 작아지고 약해지는 내가 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기적인 나는 ‘결혼’과 ‘자식’이라는 존재에서 영원히 벗어나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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