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 그리고 내일이 와준다는 것

02부-내일이란 말이 다정하게 느껴질 때

by 김기수


에필로그:


우리는 때때로 아주 조용한 희망 하나에 기대어 하루를 견딘다.

누군가는 대단한 꿈을 좇으며 내일을 기다리겠지만,

누군가에게 내일은 그저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고통이 조금만 덜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다.


내일이라는 말이

때로는 너무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불확실한 시간 앞에서 무너져버릴 것 같은 밤,

문득, 나는 그저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밤일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내일이라는 이름이 작은 숨처럼 살아난다.

“괜찮을 거야.”

“한 번만 더 버텨보자.”

말 없이 나를 끌어안아주는 속삭임처럼,

내일은 그렇게 나를 다시 일으킨다.


확신 없는 희망을 품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용기’라는 것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게 아니라,

오늘의 나를 조용히 토닥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내일이 와주기를 바란다.

한 번도 보장받지 못한 그 시간의 이름을

다시 마음 깊숙한 곳에 담으며,

아직 살아 있는 이 하루를 건너간다.


어쩌면 우리는, 내일이 꼭 와줄 거라는 확신보다는

와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하루를 견뎌내는지도 모른다.

확실하지 않은 것들을 마음에 품는다는 건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일이 와주기를 바란다.


어떤 날은

‘내일’이라는 말조차 멀게 느껴진다.

문득 두려워지는 거다.

지금 이 마음을 데리고

또 하루를 건너갈 수 있을까, 하고.


누구는 말한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시간은 가만히 흘러갈 뿐

아물게 해주는 건,

결국 견뎌낸 나 자신이라는 걸.


그렇게 나는 오늘을 다 쓰고 나면

조용히 내일을 떠올린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어쩌면 너무 일찍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내일은 약속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내일을 기다린다.

마치 누군가 다정하게

문 앞까지 와줄 것만 같은 마음으로.


세상이 내게 무심할 때

희망이라는 말이 낯설게만 들릴 때도

나는 내일이라는 이름을 놓지 않는다.

그 이름 안에는

말없이 건네는 위로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가,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의 조용한 다짐이

들어 있으니까.


어쩌면 내일이 온다는 건,

시간이 흐른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나지막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내일이 와준다면

나는 또 한 번

나를 믿어보기로 한다.


keyword
이전 02화오늘이라는 가장 가까운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