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부-내일이란 말이 다정하게 느껴질 때
오늘, 그리고 내일이 와준다는 것
: 내일이란 말이 다정하게 느껴질 때
그녀는 요즘 자꾸만 내일을 생각한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주방 조명 아래에서 말없이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그릇을 들고 멈춰선다.
이대로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어쩌지,
아무도 내일을 약속해주지 않는데…
그런 생각이, 아주 가끔
소리 없이 마음속에 들어앉는다.
사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구와 다툰 것도 아니고,
커다란 절망이 찾아온 것도 아니다.
그냥 마음이 조금씩
소리 없이 파이고 있다는 걸
스스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잠깐 창밖을 본다.
멀리 아파트 불빛이 켜지고,
길 위에는 혼자 걷는 사람의 그림자가 스친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따뜻해서,
그녀는 조용히 안심한다.
아직 누군가도, 자신도
하루를 살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믿고 싶어진다.
내일이란 말이 아주 멀지 않게 느껴진다.
두렵지 않은 얼굴로,
다정하게 와줄 수도 있다는 생각.
내일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오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기다림이고,
누군가에겐 견딤이며,
어떤 이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다.
그녀는 그날 밤,
이불을 덮으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내일도 와줬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무사히.”
잠이 들기 전 마지막으로 떠오른 건
누군가의 손이었다.
아주 오래전,
길을 건너기 전 잡아주던 손.
별 말 없지만 단단하고,
잡히는 순간 이상하게 안심되던 손.
내일이란 말이
가끔은 그런 손처럼 느껴지면 좋겠다.
힘주지 않아도
기다리지 않아도
그냥 내 곁에 와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조용히 알려주는 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