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내일이 와준다는 것 — 6부

: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오늘, 그리고 내일이 와준다는 것 — 6부

: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어떤 온기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여전히 곁에 머문다.

조용한 아침이었다.

창문 너머로 부드러운 빛이 들어오고,

아직 세상은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듯 고요했다.

나는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내가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 건네준 작은 다정함 덕분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새벽마다 일어나

창밖을 한참 바라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 말 없이.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조용히.

그때는 몰랐다.

그 고요한 시간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품고 있었는지를.

살아가면서 알게 된다.

사라지는 것보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불러준 이름,

한밤중에 건네던 짧은 안부 인사,

서툰 위로의 손길,

우연히 스친 눈빛 한 번.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는다.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우리는 대단한 기적 없이도,

아주 작고 평범한 온기로 버텨온 것이다.

어쩌면,

‘오늘’과 ‘내일’이 우리에게 와준다는 것도

그런 조용한 다정함 덕분이 아닐까.

누군가 나를 잊지 않고,

내가 누군가를 놓지 않고,

그렇게 서로를 마음속에 품은 채 살아왔기에

하루가, 또 하루가,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아무것도 약속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매일 작은 숨결처럼

서로에게 가만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 모든 다정한 것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살아 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내일을 기다릴 수 있게 해준 것도,

무너지고 싶은 순간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준 것도

이름 없는 온기들,

말 없는 다정함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거창한 약속도,

확실한 보장도 없이,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지켜주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내일도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조용히 바라볼 수 있기를.

내일도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정하게 끌어안을 수 있기를.

삶은,

결국 사라지지 않는 마음들 위에 지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마음들 덕분에

다시 한 번 내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