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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다시는 오지 않을 계절을 떠나보내는 일”

에세이:

by 김기수

에세이: “변화는 다시는 오지 않을 계절을 떠나보내는 일”


한 계절을 떠나보낸다는 건, 그 계절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마음으로는 수천 번 그 풍경을 다시 걷고, 그때의 공기를 들이마시지만,

현실 속 나는 이미 다른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변화’라는 짧고도 단단한 시를 통해,

과거를 떠나보내는 마음의 절벽 앞에 선 한 사람의 조용한 고백을 들려준다.

이제는 더 이상 꽃이 나를 위해 피지 않고,

바람도 새도 더는 나를 향해 노래하지 않는다.

한때는 푸르고 넉넉했던 그 길이,

이제는 좁고 쓸쓸하고, 무엇보다도 나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이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한 이별을 한다.

사람과의 이별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나 자신과의 이별일 때가 많다.

이전의 나, 환하고 생기 있었던 시절의 나,

세상을 사랑했고, 또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던 그 시절의 나.


그때의 나는 푸른 골짜기에 있었다.

햇살이 나를 감쌌고, 작은 것에도 설렐 수 있었고,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제 그 골짜기를 ‘바라보는 일조차 고통’이 되었다.

다시 가고 싶다는 그리움조차,

어쩌면 나를 다시 한 번 찌르는 비수가 되는 날이 있다.

그래서 헤세는 말한다.

“그곳에도 나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돌아간다는 건, 어쩌면 멈춘다는 것이고,

멈춘다는 건, 살아 있음을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변화는 그런 것이다.

더 이상 예전의 방식으로는 살 수 없다는 신호.

이제는 다른 숨을 쉬어야 하고,

다른 방향의 빛을 따라가야 한다는 조용한 선언.


그래서 나도 오늘, 나만의 좁은 길을 걷는다.

함께 가줄 사람은 없지만,

이 길 끝 어딘가에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믿으며.



Hermann Hesse – Wende


(헤르만 헤세 – 변화)


1연


Nun blühen keine Blumen mehr für mich,

눈 블륀 카이네 블루멘 메어 퓌어 미히,

이제는 나를 위해 꽃이 피지 않는다.


Kein Vogelruf, kein Windhauch ruft mir zu.

카인 포겔루프, 카인 빈트하우흐 루프트 미어 추.

새소리도, 바람결도 더는 나를 부르지 않는다.


Ich geh den engern Weg für mich.

이히 게 덴 엥에른 베크 퓌어 미히.

나는 이제 좁은 길을 나 혼자 걸어간다.


Kein Freund geht mit, kein Trost ist irgendwo.

카인 프로인트 게트 미트, 카인 트로스트 이스트 이르겐드보.

함께할 친구도 없고, 어디에도 위로는 없다.


2연


Die warme Talung, einst der Jugend Haus,

디 바르머 탈룽, 아인스트 데어 유겐트 하우스,

한때 내 청춘의 집이었던 따스한 골짜기조차


Zu überschauen ist mir Schmerz und Wagnis.

쭈 위버샤우엔 이스트 미어 슈메르츠 운트 바그니스.

이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이며, 위험이다.


Da ich sie doch mit Heimwehs Gier durchschau,

다 이히 지 도흐 미트 하임베스 기어 두어샤우,

그럼에도 향수의 갈망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지만


Erkenn ich, dass auch dort mein Tod mir nah ist.

에르켄 이히, 다스 아우흐 도르트 마인 토트 미어 나 이스트.

나는 깨닫는다, 그곳에도 내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시 해석 – 삶의 전환점에서 마주한 침묵과 진실


이 시는 헤르만 헤세가 중년의 문턱에서 겪은 내면의 변화와 정체성의 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1연 해석 – 관계와 자연, 모두에서 멀어진 자신

• 꽃이 더는 나를 위해 피지 않고, 새소리도 바람도 나를 향해 속삭이지 않는다는 표현은

세상과의 단절, 혹은 자연과 감정의 상실을 암시합니다.

• ‘좁은 길’은 개인의 고독한 여정, 자기 성찰의 길을 의미합니다.

• ‘친구도 없고, 위로도 없다’는 말 속에는

깊은 고립감과 외로움, 동시에 타인의 위로 없이 견뎌야 할 삶의 시기가 느껴집니다.



2연 해석 –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것의 위험성

• 따뜻했던 ‘골짜기’는 청춘과 추억의 공간, 즉 이전 삶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상징합니다.

• 그러나 이제 그곳을 ‘바라보는 것조차 고통’이 되었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오히려 상처와 두려움을 불러옵니다.

• ‘향수의 갈망’으로 되돌아보지만, 결국 거기서도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인식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삶을 멈추는 것임을 자각한 순간입니다.



종합적 메시지 – 변화는 끝이 아니라 통과점이다


헤세는 이 시를 통해 말합니다.

삶에는 피할 수 없는 전환의 시기가 있으며,

그 시간은 꽃도 피지 않고, 누구도 함께하지 않는 외로운 길일 수 있다고.


그러나 그 길은 단지 상실의 길이 아닙니다.

과거를 지나 보내고, 홀로 내면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진짜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하는 가장 고요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 **「변화(Wende)」**는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가 인생의 전환점,

즉 삶의 성찰과 내면의 변화를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시가 쓰인 배경을 이해하려면, 헤세의 생애 중 중년 이후의 위기와 내면적 전환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1. 시기의 배경: 삶의 전환과 위기


헤세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전후로 개인적으로도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 아버지의 사망, 아들의 병, 아내의 정신병 등으로 인해 심리적 충격을 받았고,

• 스스로도 심한 우울증과 삶에 대한 회의에 빠졌습니다.

이 시기의 헤세는 현실의 고통을 피해 스위스 몬타뇰라로 이주하며 내면적 탐구에 몰두하게 됩니다.



2. 시의 해석과 헤세의 심경


시 속에는 삶의 방향이 바뀐 이의 쓸쓸함과 절망, 그리고 초월적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 “이제는 나를 위하여 꽃은 피지 않는다”

젊은 시절의 기쁨과 생명력이 사라졌음을 표현하며, 삶의 무상함을 드러냅니다.

• “좁아진 나의 길을 걸어간다 / 같이 갈 친구 하나 없다”

고독한 인생의 여정, 특히 영적인 탐구 속에서 외로운 길을 걷는 자신을 반영합니다.

• “청춘의 고향”과 “향수의 격정”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현실에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세계가 되었음을 인식합니다.

• “죽음이 서 있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결국 죽음이나 좌절로 끝날 것이라는 절망을 시사합니다.



3. 시가 반영하는 헤세의 사상


이 시는 단순한 우울의 표현을 넘어, 인생의 전환기에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고통과 진실을 말합니다.

헤세는 이후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와 같은 작품을 통해 자기 탐구와 영적 성장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킵니다.

따라서 이 시는 단순한 퇴행이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한 내면적 준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헤세의 시와 글을 읽은 독자에게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글,

준비해봤습니다.



과거는 우리를 지나간 계절처럼 스쳐가지만,

그 기억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더 깊어졌습니다.

때로는 꽃이 피지 않는 시간도,

마음속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순간입니다.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는 자라고 있고,

좁아진 길 끝에서 다시 빛이 우리를 맞이할 것입니다.

변화는 끝이 아닌,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나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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