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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여행》

01–삶의 사계절

by 김기수

아기는

세상의 문을 두드리듯

작은 숨결로 울음을 틔운다.

그 울음은 처음 피어난 봄꽃 같고,

어미의 품에 안기어

사랑이라는 첫 언어를 배운다.


유아기는

두 발로 세상을 걷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돌멩이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은 손으로 만지는 세상은

끝없는 놀이터요,

상상은 하늘만큼 높다.


소년과 소녀의 시절엔

마음에도 날개가 돋는다.

햇살 아래서 웃음이 번지고,

친구라는 또 다른 가족과

비밀을 나누며 하루를 쌓아간다.

그 눈동자엔

내일이란 말이 반짝인다.


청소년이 되면

질문이 많아진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마음은 바람처럼 흔들리고,

사랑은 첫눈처럼 설레며 다가온다.

불완전해서 아름답고,

불안해서 빛나는 계절이다.


성인이 되어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얹는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품고,

누군가의 꿈이 되기도 한다.

기쁨도, 눈물도,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어 흐른다.

때론 지치지만,

자신만의 길을 걷는 걸음은 단단하다



중년은

아침에 울리는 알람보다 먼저 깨어,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이다.

한때는 세상이 궁금해서 달렸고,

그 후엔 가족을 지키려 뛰었지만,

이제는 무엇을 지켰는가 되묻는 눈빛이 스스로를 바라본다.


이마에 내린 주름은

단순한 세월의 흔적이 아니다.

수많은 결정들, 갈등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삼킨 말들이

한 줄 한 줄 자리 잡은 인생의 문장이다.


중년의 마음은

때론 바다 같다.

겉으론 잔잔하지만,

그 깊은 속엔 수많은 파도가 숨어 있다.

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놓는 용기를 배우고,

부모님의 등을 바라보며

세월의 순환을 실감한다.


사랑은 더 이상 불꽃이 아니지만,

작고 단단한 불씨가 되어

하루하루를 따뜻하게 데운다.

함께 늙어간다는 말이

이제는 로맨스가 아니라,

진짜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다.



장년은

인생이 어느덧 저물녘에 닿았음을 느끼는 시절이다.

그러나 그 빛은 결코 흐리지 않다.

오히려 노을처럼,

가장 뜨겁고 붉은 색으로

하루의 끝을 장식한다.


장년은

말이 줄고, 눈빛이 깊어지며

가르치기보다 들어주고,

설명하기보다 미소로 건넨다.

젊은 날의 성취는 이제 추억이 되고,

삶의 의미는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남길 것인가”로 바뀐다.


친구들은 점점 적어지지만,

남은 이들과의 관계는 더 깊어진다.

대화는 적어도, 마음은 통하고

한 잔의 차 속에도

수십 년의 우정이 우려진다.


장년의 걸음은 느리다.

하지만 그 발걸음마다 흔들림이 없고,

어디를 가든 자신의 길임을 아는 사람의 무게가 있다.

삶을 바라보는 눈에는

연민과 이해가 담기고,

세상을 판단하기보다

포용하려는 여백이 깃든다.


이제는 말한다.

“괜찮다”는 말의 진심을.

누군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천천히 해도 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은

저물녘의 황금빛처럼

조용하지만 찬란하게 물들



노년이 되면

세월이 눈가에 주름으로 앉고,

가슴엔 추억이 노래를 한다.

젊은 날의 웃음과 슬픔을 품은 채

자연처럼 조용히,

그러나 위대하게 머무른다.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은 한 편의 시가 된다.



삶은 하나의 여정,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은

한 편의 찬란한 계절이었다.



맺은말

지금 당신이 서 있는 나이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충분합니다.

달라진 꿈, 깊어진 눈빛, 느린 걸음도

모두 당신만의 리듬입니다.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고,

당신은 지금,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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