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늘을 다정하게 안아주러 온다

by 김기수



아침이 오는 것이 때로는 두렵다.

눈을 뜨는 순간, 어제의 감정이 그대로 이어질까 봐.

잠은 잠시 우리를 숨겨주지만,

아침은 다시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다.


그래도 우리는 눈을 뜬다.

어쩌면 희망 때문이 아니라,

그저 살아 있는 사람의 본능처럼.


“오늘, 그리고 내일이 와준다는 것”을 쓰면서 나는 자주 생각했다.

내일이 와준다는 표현은 참 다정하다고.

내일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붙잡아 둘 수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와준다.


그 사실이,

어떤 날에는 기적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종종 오늘을 견디며

“내일은 다를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알고 있다.

내일이 완전히 다른 얼굴로 오지는 않는다는 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일은 다르다.

왜냐하면

오늘을 살아낸 내가

어제의 나와는 조금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하루를 마친 밤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배운다.


말을 삼키는 법,

기대를 낮추는 법,

혹은

그래도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않는 법을.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혹시 내일은,

오늘을 용서하는 연습이 아닐까 하고.


오늘의 실수,

오늘의 부족함,

오늘의 후회.


우리는 그것들을 안고 잠이 든다.

그리고 아침이 오면

어제의 나를 조금 덜 미워하게 된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살아냈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은 강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티면서 조금씩 강해진다.

울면서도 출근하고,

속상한 마음으로도 밥을 먹고,

혼자 있는 방 안에서 괜찮은 척을 하다가

결국은 스스로를 안아주는 법을 배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눈물을 흘리고도

다음 날의 알람을 끄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당신도 그런 날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삼킨 하루.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속에서는 작은 파도가 계속 부딪치던 날.


그날 밤,

당신은 잠들었고

아침은 다시 찾아왔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오늘을 끝까지 살아낸 사람이다.


우리는 늘 큰 변화를 기대한다.

드라마처럼 극적인 반전,

눈부신 성공,

완벽한 화해.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조용한 반복 속에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씻고,

나가고,

돌아오고,

잠드는 일.


그 단순한 순환이

사실은 기적이다.


왜냐하면 어떤 날은

그 순환조차 해내기 벅차기 때문이다.


내일이 와준다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그저 오늘이 끝났다는 신호,

그리고 다시 시작할 기회.


나는 이제 내일을

두려움보다는 가능성으로 부르고 싶다.


모든 게 나아질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시 한 번 시도할 수는 있으니까.


우리는 자주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다.

조금만 넘어져도

스스로를 실패자라 부르고,

조금만 흔들려도

모든 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넘어지지 않는 삶은 없다.

다만

일어나는 횟수가

우리의 방향을 만든다.


오늘이 서툴렀다면

내일은 조금 덜 서툴 수 있다.

오늘이 슬펐다면

내일은 조금 덜 아플 수 있다.

아주 작은 차이일지라도

그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를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오늘, 그리고 내일이 와준다는 것”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사실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서로의 오늘을 지나

서로의 내일을 응원하는 존재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누군가의 내일을 지탱하기도 한다.


혹시 지금,

당신의 오늘이 조금 무겁다면

이 말을 건네고 싶다.


오늘을 완벽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괜찮다.

잠시 멈춰도 괜찮다.


중요한 건

완주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방향이다.


내일은

영웅처럼 달려오지 않는다.

다만

성실하게,

조용히,

그리고 다정하게

당신 곁으로 온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어제도 잘 버텼구나.”


그 한 문장이

우리를 다시 걷게 만든다.


우리는 오늘을 지나

내일로 간다.

그리고 그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 된다.


결국 삶은

도망치지 않고

하루씩 건너가는 일.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숨 쉬고 있는 당신은

이미 충분하다.


내일은 어쩌면

오늘을 끝까지 살아낸 사람에게

조용히 고개 숙여 인사하는 시간일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인사를 받기 위해

다시 눈을 뜬다

이전 07화공감과 현실감, 그 서정적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