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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다는 것의 두려움, 잊는다는 것의 두려움

잊힌다는 것의 두려움, 잊는다는 것의 두려움

by 김기수

잊힌다는 것의 두려움, 잊는다는 것의 두려움


우리는 왜 잊히는 것이 두려운가, 그리고 왜 잊는 것이 두려운가?

기억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기억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고, 동시에 스스로 소중한 것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합니다.

이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철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맥락에서 이를 탐색해 보겠습니다.


1. 잊혀진다는 것의 두려움


인간의 존재는 기억 속에서 지속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 속에 남길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가 ‘소속감’과 ‘인정받음’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어 하며, 이를 상실하는 것은 곧 존재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느낍니다.


역사와 문학 속에서 ‘잊혀짐’의 두려움


과거 철학자들과 문학가들도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기억이 인간 존재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으며,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통해 사람이 죽어도 기억 속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현대 사회와 디지털 기억


현대에는 디지털 환경이 인간의 기억을 보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 과잉 시대에서 우리는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존재가 될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SNS에서의 짧은 순간들은 쉽게 기록되지만, 그만큼 쉽게 사라지기도 합니다.


2. 잊는다는 것의 두려움


기억과 자아의 관계

기억이 자아의 일부라는 주장은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의 사상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기억이 곧 자아라고 말하며, 기억을 잃는 것은 정체성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현대 철학자 데리다(Jacques Derrida)는 기억이 역사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며, 망각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라우마와 망각의 역할

잊는다는 것은 때때로 인간에게 필수적인 기능이 되기도 합니다.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망각이 심리적 방어 기제로 작용하여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기억을 억압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망각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이 그 공포를 더욱 부각합니다.


사회적 망각과 윤리적 책임

기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역사의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윤리적 책임이라고 강조했으며,

과거를 잊는 것이 동일한 비극의 반복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일부 사회는 불편한 역사를 의도적으로 잊으려 하기도 합니다.


3.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삶이 유한하고 기억이 흐려진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을 보존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문학과 예술, 기록과 사진, 그리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우리의 존재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기억되는 것입니다.


결국, ‘잊힘’과 ‘망각’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우리는 누구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기억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혹은 어떤 기억을 잊고 싶지 않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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