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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사랑하는 연습: 나를 위한 산책

2부—02회

by 김기수


[다시 나를 사랑하는 연습]-2 나를 위한 산책


무언가 버거운 날이면

나는 괜히 걷고 싶어진다.


정해진 목적지도 없고,

누군가와 약속한 시간도 없지만

그냥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골목길을 걷는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고

내 마음의 소음도 서서히 잦아든다.


산책은 누군가에게는 그냥 움직이는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나를 다시 느끼는 시간이다.

걷는 동안에는

남의 시선도, 어제의 실수도, 내일의 불안도

조금은 멀어지기 때문이다.


거리의 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길모퉁이에 핀 꽃 한 송이.

그런 사소한 풍경들이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존재만으로도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산책을 하면서 나는

세상이 조금 더 느려도 괜찮고,

내가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걸 배운다.


그렇게 걷다 보면

혼자인데도 덜 외롭고,

고요한데도 덜 공허하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나를 향해 걷고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걸음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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