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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사랑하는 연습: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

2부—03회

by 김기수

[다시 나를 사랑하는 연습] 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다.

해야 할 일도, 연락도, 생각도

모두 내려놓고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자꾸 불편했다.

“이렇게 쉬어도 되나?”

“지금 이 시간에도 남들은 뭔가 하고 있을 텐데.”


나는 가만히 있는 게 어색했다.

쉬고 있으면서도 쉬고 있는 게 아닌 것처럼

계속해서 스스로를 채근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해, 멈추면 안 돼.’

그 익숙한 자기검열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쉴 틈 없이 몰아세웠다.


하지만 요즘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멈춰 있는 시간도

내 삶의 일부라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부터.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하루가 무의미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 하루 덕분에

다음 날의 내가 조금 더 버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만히 숨을 고르고,

머릿속을 비우고,

감정의 찌꺼기들이 가라앉는 그 고요한 틈에서

나는 비로소 나에게 돌아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

그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멈추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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