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지침. 고단함 감성
저녁 19시 56분
오늘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를 실감하는 건
언제나 이맘때쯤이다.
시계는 7시 56분을 가리키고,
주방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식탁 위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컵 하나,
묘하게 기울어진 휴지 심지,
그리고 고요.
온종일 쉼 없이 돌았던 마음의 톱니가
조금씩 느려진다.
지친 몸은 소파에 기대어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일터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말투,
해결되지 않은 일,
미뤄둔 감정들이 자꾸만 내 안을 어지럽힌다.
그럴수록, 조용한 이 시간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7시 56분은 늘 그렇다.
무엇을 하기도, 무엇을 끝내기에도 애매한 시간.
하루가 저물기 전 마지막 숨을 고르는 것 같은
그 중간의 순간.
지금쯤, 누군가는 혼자만의 저녁을 먹고 있을까.
누군가는 씻지도 않은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오늘은 좀 힘들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있을까.
이 도시 어딘가에서
따뜻한 국물이 끓고,
불빛 하나가 켜지고,
창문 너머로 라디오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모든 풍경 안에,
나와 닮은 하루들이 앉아 있다.
문득 창밖을 본다.
멀리서 자동차 불빛이 흘러가고,
그 아래로는 바쁘게 걷는 사람들.
그들 모두에게도 각자의 7시 56분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울고 있고,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겨우 오늘을 견디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도 괜찮다고,
오늘 이 정도면 잘한 거라고
조용히 내 마음에 말을 건넨다.
아직 하루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까지 왔다고.
7시 56분.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사람다운 시간.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가
조금은 안아줘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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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이에게 격려와 위로의 글
오늘 하루도 참 애썼어요.
말없이 견딘 시간들이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잠시 멈춰도 괜찮아요, 그건 포기가 아니라 숨 고르기니까요.
당신의 조용한 버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올 거예요.
그저, 당신이면 충분하다는 걸 잊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