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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조용한 선물]

by 김기수

[감정은,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조용한 선물]


감정이란 건, 참 이상한 거다.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를 움직이고, 멈추게 하고,

때로는 다시 걷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사람에게 꼭 필요한 감정들이 있다.

없어도 살아는 갈 수 있겠지만

있기에 삶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는 것들.


사랑은 말없이 스며드는 감정이다.

어떤 날의 햇살처럼,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마음이 움직일 때

그 조용한 떨림 안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비로소 알아간다.


슬픔은 마음이 아픈 날의 언어다.

무언가를 잃었기에 생기는 허전함,

그 안에서 우리는 자라고, 깊어진다.

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그제야 이해되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리고 기쁨.

작은 일에도 웃음이 나는 순간,

기쁨은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크지 않아도 좋다.

그저 오늘 하루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불빛이면 충분하니까.


분노는 종종 미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상처가 있다.

소중한 것이 부서졌을 때,

우리는 화를 내며 그것을 지키려 한다.

분노조차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애틋함이 있다.


두려움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따라가게 만든다.

멈춰 서게 만들지만,

그 자리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감사와 희망.

이 두 감정은

살아가는 모든 날에 꼭 필요한 숨결이다.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하루의 끝에서 미소를 짓고,

희망을 품은 사람은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놀라움은 평범한 날에

작은 반짝임을 안겨주고,

자부심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잘했다고 말해주는 감정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 속에서 살아간다.

때론 지치고, 때론 벅차지만

그 모든 감정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그래서 감정은,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조용하고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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