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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사라지는 순간,

‘흐름’이라는 깊은 집중에 대하여

by 김기수

시간이 사라지는 순간, ‘흐름’이라는 깊은 집중에 대하여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지?”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죠. 무언가에 깊이 몰두해 있는 사이 시계가 몇 바퀴를 돈 줄도 모르고, 마음이 고요해지고, 심지어 기분까지 좋아졌던 그 순간.


그건 바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Flow(흐름)’ 상태입니다.



흐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흐름은 자신의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가 균형을 이룰 때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과제가 너무 쉬우면 지루해지고, 너무 어려우면 스트레스를 받죠.

그 사이의 균형 지점에서 우리는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요.


이 상태에서는 주변 소음도, 스마트폰 알림도, 시간의 흐름조차 무뎌집니다.

오직 나와 작업만이 연결된 느낌.

이게 바로 ‘흐름’의 본질이에요.



흐름이 주는 긍정적인 변화

• 생산성과 창의력이 올라가고

• 몰입을 통해 성취감이 높아지며

•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그래서 예술가, 프로그래머, 작가, 운동선수, 공부하는 학생까지 —

흐름이라는 집중의 깊은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곤 해요.

그만큼 의미 있는 결과와 경험이 따라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흐름에도 유의할 점은 있어요.


너무 몰입한 나머지

• 기본적인 식사나 수면을 놓치거나

• 사람들과의 연결을 놓치거나

• 현실을 회피하려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흐름 상태는 매번 자동으로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연습하는 기술이 필요해요.



흐름을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려면


1. 적절한 도전 설정하기

• 너무 쉽지 않게, 너무 어렵지도 않게.

2. 집중이 잘 되는 환경 만들기

• 조용한 공간, 최소한의 방해 요소, 음악 또는 정해진 루틴

3. 시간의 경계를 설정하기

• 예: 50분 집중 10분 휴식

4. 시작의 신호 만들기

• 좋아하는 음악, 따뜻한 차, 손글씨 한 줄

5. 내 컨디션도 체크하기

• 흐름은 감정적 안정감과 체력에서 출발해요.



직장인에게 흐름은 효율의 터닝포인트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업무 환경에서 우리는 자주 흐름을 끊깁니다.

그래서 요즘은 ‘딥 워크’라는 이름으로 몰입 구간을 업무에 설정하는 문화도 생기고 있어요.

그렇게 하루 중 단 몇 시간만이라도 ‘집중력의 깊이’를 확보하면 퇴근 후의 피로감도 달라집니다.



몰입은 삶을 단단하게 해줍니다


흐름은 단순히 ‘집중’이 아니라

삶에서 가장 살아있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깊이 있는 상태입니다.


오늘 하루 중,

딱 30분이라도 온전히 몰입한 시간이 있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겠죠.




가끔은 너무 몰입해서, 나를 놓치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있었다.


밤새 글을 쓰다 잠이 들었고,

깨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배도 고프고, 몸은 뻐근한데

그때도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작고 조용한 만족감이

피곤한 몸 사이로 살포시 스며들었으니까.


이게 ‘몰입’이라면,

그건 참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상태다.



몰입이 주는 달콤한 중독


흐름 속에 있으면 세상이 조용해진다.

시간도 멈춘 듯하고,

다른 모든 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몰입 끝에서 문득,

‘내가 나를 너무 소모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밥을 거르고, 사람들과의 약속을 잊고,

몸은 버텨도 마음은 피로해진다.

몰입은 대가 없는 선물이 아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을 내어주면서 집중을 산다.



그러니, 나는 이제 천천히 몰입하려 한다


이제는

몰입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몰입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고프면 일단 밥을 먹고,

친구가 전화하면 웃으면서 받는다.

글이 써지지 않으면 억지로 붙들지 않고

잠깐 산책을 나간다.


몰입은

‘모든 걸 잊을 만큼 치열한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조화를 이루는 한 조각’이면 좋겠다.



흐름이 삶을 바꾸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하루에 딱 30분만이라도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위로다.


그 몰입이 나를 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시간이 되도록

나는 오늘도 다시

작은 리듬을 조율한다.



몰입의 단점은, 결국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거기서 우리는 더 균형 잡힌 몰입,

그리고 더 나다운 삶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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