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굴레 속 그 이름
’측정‘하는 행위의 기제(機制)를 고르자면 호기심일 것. 궁금한 게 참 많은 인류는 경과 시간을 나타내는 크로노그래프를 만들어 시간 기록의 문을 열었다.
수많은 발명품 중 하나지만 인간의 열정과 노력을 기록한다는 것이 이면의 매력. 드라이버나 스포츠 선수들의 경쟁과 승리를 향한 노력, 그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업적을 기록한다고. 크로노그래프를 이야기하려면 까레라로 맺은 태그 호이어와 포르쉐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까레라’라는 이름은 ‘경주’를 뜻하는데, ’까레라 파나메리카나(Carrera Pan Americana)’는 멕시코 전역에서 2,000마일 이상을 달리는 고난도의 5일 레이스. 우리가 아는 포르쉐의 파나메라는 여기서 유래한 것. 1950년부터 5년 간의 개최 후 중단되었다가 추후 재개되었는데, 시대 최고의 드라이버들이 모여 인내와 자동차의 기술력을 시험하는 악명 높은 레이스로 이름을 떨쳤다.
대회의 이름과 정신에 영감을 받은 잭 호이어는 1963년 ‘까레라’를 시계 컬렉션의 이름으로 선택한다. 까레라는 크로노그래프와 타키미터를 갖춘 레이싱 드라이버용 도구이며, 견고한 디자인과 정확성으로 레이싱 드라이버와 열렬한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까레라 파나메리카나에 참가한 포르쉐 356은 레이스 이름을 따온 최초의 포르쉐. 수평대향 4 기통 엔진을 탑재한 이 차는 팬들의 열렬한 인기를 받으며 포르쉐를 스포츠카 시장에서 선두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도왔다. 훗날 이 차는 그 유명한 911로 이어지게 된다.
태그 호이어와 포르쉐는 긴 역사 아래 ‘레이싱 스피릿’이란 공통분모를 가진다. 2019년 새로운 파트너십의 일환인 태그 호이어 까레라 포르쉐 크로노그래프. 포르쉐의 역동적인 디자인과 태그 호이어의 무브먼트가 결합한 이 시계는 디자인으로나 기능으로나 훌륭하지만, 역사와 열정을 공유하는 두 브랜드가 손잡았다는 점에서 그 어떤 협업보다 가치가 깊다.
내연기관 엔진이 뿜어내는 배기음에 휩싸여 크로노그래프로 기록을 경쟁하는 시대는 당연히 지났다. 전기 모터가 뽑아내는 어마어마한 출력과 디지털 클러스터가 만연한 오늘의 시선에서 이들은 영락없는 ‘올드스쿨’. 성능면에서나 효율면에서나 우수한 건 오늘날이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류는 클래식을 추억하는 아름다움을 알고 있다. 인생은 레이스라는데 달리는 자신을 위한 페이스메이커, 까레라 하나쯤은 있어야지.
포르쉐가 있다면 까레라는 필수, 포르쉐를 꿈꾼다면 까레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