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드네이플(퀸 오브 네이플즈)
남성이 자신을 꾸미는 방법이 여성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손목시계 분야에서 남성향을 강하게 맡을 수 있는 건 통념이죠. 남성지에서 시계는 언제나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최초의 손목시계를 퀸오브네이플즈 로 보는 이들은 과거의 실정을 꼬집는 논리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주장을 내놓습니다. 여성 복식(服飾)에는 남성에 비해 주머니 수가 적었기 때문에 손목에 두르거나 목에 거는 브로치형, 펜던트형 시계가 발달했다고 말이죠.
경주마처럼 손목 위 산토스만을 자부심 가득한 청안으로 바라봐온 과거는 얄팍한 지식의 소치였습니다. 시계 좀 안다고 젠체하던 과거에 고개를 떨궜고 알싸한 부끄러움의 온기만 남아 얼굴을 간질입니다.
시계를 향해 한발씩 내딛을 때마다 깨치는 역사는 작고 얉은 발자국에 비해 유구합니다. 그 앞에서 가히 공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초의 손목시계를 만든 주인공이 산토스 뒤몽을 위한 까르띠에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여동생 카롤린 뮈라를 위한 브레게든, 헝가리 코스코비치 백작 부인을 위한 파텍 필립이든, 빌헬름 1세의 의뢰를 받은 제라드-페리고든 이는 정답이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천체에서 비롯된 개념을 인간의 방식으로 나타낸 워치메이커들 모두 누가 먼저든 그 발자취 전부가 축복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브레게는 몽환적인 달걀형 케이스 안에 천재 시계공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정신과 시대를 초월하는 우아함을 ‘레인 드 네이플’로 표현해냈습니다. 주관의 영역에서나 객관의 영역에서나 오늘날 존재하는 여성 시계 중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