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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Jul 09. 2023

누가 오메가 무시하니?

달에 간 시계를 좋아하던 어느 선배님

지방에 내려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선배님께 가장 좋아하는 시계와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로즈골드 케이스에 작은 다이얼을 좋아하실 거란 나만의 추측이 머릿속을 채우던  찰나 스피드마스터라는 그의 즉답이 이어졌다. 박살나버린 너절한 선입견의 조각들을 성급히 주워담으며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다.


달에 갔다는 역사성이 좋다는 그의 답변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했고, 나 역시 그 답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메가의 문워치는 달에 갔다. 우주로 나간 시계와 ’달을 밟은 시계‘는 하늘과 땅 차이. 미항공우주국(NASA)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EVA(extravehicular activity)에 시계가 쓰일 수 있는데, 롤렉스와 론진 등을 제친 스피드마스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버즈 올드린의 손목 위에서 달을 밟았고, 아폴로 13호의 귀환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 덕에 NASA로부터 실버 스누피 어워즈를 수상하기도 했다(그 스누피 맞음).


그는 시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비싼 시계 브랜드 죽죽 나열하고, 파텍 필립이 최고라 떠벌리고 다니면 여차여차 시계 좀 안다는 얕은 인정을 받을 순 있겠지만, 결코 잘 ‘이해’하는 사람은 될 수 없다. 전자는 대체로 시계를 가격으로 재단하는 꼴을 보이는데, 시계와 그들이 품은 역사에는 우열이 없으니 그러지 말자고.


그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 분명하기에 잘 따라야겠다고 일백 번 되뇌었다. 오바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겐 스피드마스터를, 나사와 오메가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건 깊은 사람이란 판단의 근거.


간간이 들어와주신다 하셨으니 이 글을 읽으실 수도. 항상 밝고 따뜻하셨는데, 그 모습을 바탕으로 많은 걸 배워갑니다. 언제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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