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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Jul 10. 2023

RADO가 무슨 뜻이냐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류의 성정 중 하나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는 것.  인류는 오늘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과거를 되돌아볼 줄도, 더 나은 내일을 머릿속에 그릴 줄도 안다. 21세기 우리 주변에 산재한 것들 중 대부분은 실현된 선대先代의 꿈인데, 시계 역시 그중 하나다. 한 세기조차 살기 어려운 운명을 타고난 인류는 지능으로 얻어낸 산물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고, 그 찬란한 가문사는 수 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현재 진행형.




브레게, 까르띠에, 랑에, 호이어 등 창립자의 이름을 딴 시계 브랜드가 일반적인데, 라도RADO라는 이름은 조금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다. 라도는 에스페란토로 바퀴wheel를 뜻한다. 19세기말에 창안된 에스페란토는 국제공용어이자 중립언어. 21세기 사피엔스에게 언어는 모든 것의 근간이자 소통의 도구요 약속과도 같은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민족 언어는 정쟁 패권과 직결되며 중립적일 수 없다.



사명을 에스페란토로 바퀴라 지은 것은 특정 잣대에 얽매이지 않은 채 목적지를 향해 멈추지 않는 라도의 족적과 일맥상통. 녹슬지 않는 진보라 하면 되려나. 요즘에야 고급 시계라면 빠지지 않는 사파이어 글라스를 1960년대 다이아스타에 처음 적용한 것도, 오늘날 신소재 세라믹과 니바크론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라도. 과학기술과 웨어러블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세라믹을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이란 클리셰를 깨부수는 것. 사용자에게 스크래치-프리를 제공하는 것. 고금을 막론하고 깨어있는 정신이 녹슬지 않는 진보가 뜻하는 바이자 라도가 의미하는 라도가 아닐까.



수천수억 원짜리 시계 하나를 구매하는 게 럭셔리인가 묻는다면 아니라 답할 것이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 다양한 것들로 내 스펙트럼을 스텝바이스텝 넓혀가는 것. 럭셔리에 정답은 없지만 그 손목 위 라도는 틀림없는 럭셔리다. Affordable luxury. 이게 중요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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