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패덤즈
사진과 시계는 깊은 관계 속에 있다. 천체의 흐름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것은 시계. 시간은 순간의 연속인데, 그 찰나를 셔터 한 번으로 기록한 것이 사진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발전한 기술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일상도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요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서 기록한 생경한 피사체는 사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프랑스의 해양 생물학자이자 수중 사진작가인 로랑 발레스타(@laurentballesta)의 <Creation>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심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수작秀作. 사진을 통해 생물의 다양성을 기념하고 자연 보호를 장려하는 그는 곰베싸Gombessa 프로젝트를 주도하는데, 이를 후원하는 건 블랑팡.
1953년생 피프티 패덤즈는 최초의 다이버 워치다. 패덤fathom은 수심을 측정하는 단위이자 약 1.83미터. 바닷속은 70년이 지난 오늘도 미지의 영역이자 공포의 세계인데, 아무런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을 당시 개척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깊다. 다이버 워치가 시계 브랜드마다 즐비한 건 현실이지만 하이엔드 럭셔리에서는 유독 소극적. 믿을 수 있는 고품질, 브랜드의 헤리티지 그리고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는 피프티 패덤즈는 언제나 나의 드림-워치. 꿈이란 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게 피프티 패덤즈는 척도이자 목적지.
얼마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민간 잠수정의 비보에서 알 수 있듯 심해는 쉽사리 접하기엔 깊고 넓은 이異세계다. 어렴풋한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로랑 발레스타와 든든한 후원자 블랑팡에게 박수. 피프티 패덤즈를 차고 있는 누군가를 본다면 역시 박수. 환경 운동은 테러로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