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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Aug 21. 2023

멋진 시계와 취향에 관한 글입니다.

감히 필독을 권합니다.

새로운 표현을 하나 배웠다. “그먼씹”.

“그게 먼데 씹덕아”란다. 나도 이제 유행어에 슬슬 뒤처지는 나이인가 싶다가도 타인의 취향을 묵살해 버리는 싸구려 줄임말 따윈 모르는 편이 낫겠단 결론에 이르렀다.


음악이든 애니메이션이든 뭐든 누군가의 취향이 담겨 있을 게 분명한 거기에 대고 ”그먼씹“이라.

취향은 하나하나 소중하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형태도 다르고, 다채롭기 때문. 취향의 마지막 음절은 방향을 뜻한다. 라이프스타일이 뻗어나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내비게이터란 의미가 ’취향‘엔 담겨 있다. 세상을 보는 제각각 다른 눈을 서로 헐뜯기보다 남의 것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 멋쟁이 아닌가.


대중적인 것과는 약간 거리를 둔 제라드-페리고의 시계 역시 취향의 문제다. 2천만 원이 넘어가는 로레아토를 올린 손목은 본질에 집중할 줄 알고, 취향을 고수할 줄 아는 사람이란 증표와 같다.

그 거금을 주고 로레아토를 택했단 건 ‘쟤 비싼 시계 차네‘란 얄팍한 인정 혹은 브랜드만을 좇는 몰개성인이 아니란 증거.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2백 년 넘게 이어온 역사와 그 시간 동안 취득한 80여 개의 특허는 시계사 속 견고한 그들의 입지를 뒤받치는 객관적 지표다.


이탈리아어로 로레아토laureato는 졸업한 학부생을 뜻하는데, 월계를 뜻하는 로럴laurel이 그 어원. 제라드 페리고 로레아토의 조형미 뛰어난 베젤은 어엿한 학부생과 어울리는 월계관을 연상케 한다고.

몰랐으면 오늘부터 알면 되고, 알고 있었다면 가슴속에 새겨두면 된다. 취향 하나 갖는 것도 남 취향 무시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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