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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May 20. 2023

기능;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론진 스피릿 플라이백

오늘날 만연한 디지털 시계는 대부분 시와 분만 나타내는데, 화면을 통해 아라비아 숫자들의 조합을 보여주는 이 무미건조한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표현하는 데 부족하달까.


백 스테이지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수백 개의 톱니가 돌리는 세 개의 핸즈. 기름을 발라놓은 듯 매끄럽게 회전하는 초침은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을 유형화해놓은 선조들의 지혜인가 싶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부품들에 의해 움직이는 초침 끝을 눈으로 쫓고 있으면, 멈추려 시도조차 않는 그 모습에 야속함을 느낄 때가 간혹 있다.


인간은 시간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지만 시간을 다루는 수준은 만물 중 최고. 과거에 깊은 가치를 부여한 인류는 크로노그래프롤 고안했고, 육해공 모든 영역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경과 시간을 측정한 동물은 인간이 유일한데, 이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라고.


인류사 길이 남을 발명품 크로노그래프도 대단한데, 한 발 더 나아간 인간은 플라이백FLYBACK 크로노그래프까지 개발해냈다. 연속적인 측정을 위해 기존 크로노그래프의 단계를 축약한 것. 연이은 측정을 위해서는 세 단계(‘일시 중지’-‘리셋’-‘재측정’)를 거쳐야 했지만 플라이백 기능이 탑재된 크로노그래프에서는 ‘재측정’ 버튼만 누른다면 기존의 측정이 리셋된 후 다시 측정이 시작된다.


스피릿spirit이 가미된 제품은 언제 어디서나 주목받는데, 열정이 깃든 선구자의 영혼은 더욱 눈에 띤다. 론진의 #스피릿 은 실제 개척자들이 새로운 영역을 정복할 때 의지한 타임피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스피릿 플라이백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플라이백 기능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다. 헤리티지로 가득찬 디자인과 플라이백 기능을 5백만 원대에 경험할 수 있는 건 스와치그룹의 론진이라 가능한 거다. 19세기부터 시계를 만들어왔기에 우습게 여기는 건 금물. 참고로 론진LONGINES은 기품 있는 유럽 가문의 성씨 같지만 ‘긴 목초지’를 뜻하는 스위스 지역 방언이라고.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기계식 시계는 건재하다. 멧 갈라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석한 셀럽이나 귀빈들의 손목을 보면 애플 워치나 갤럭시 워치는 찾아볼 수 없고, 기계식 시계만 있을 뿐. 거기가 기계식 시계의 자리이고, 클래식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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