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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May 22. 2023

이 차의 이름은 ‘보그’가 아니다.

이 차의 이름은 레인지로버다. 보그가 아니라 레인지로버의 레인지로버. 보그는 차량의 트림을 뜻하는 레인지로버의 방식이지 이보크나 벨라, 스포츠와 이 차를 구분하는 이름이 아니다.


정보 생산과 전달의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일까 잘못된 것이 마치 옳은 듯 전달되어 굳어진 사례가 꽤 있다. 시계에도 이런 경우가 존재하는데, 클래식으로 태어나 트렌드를 지배하는 롤렉스의 Datejust가 대표적이다.

영문으로 적은 이유는 한번 읽어보라고. 이 시계는 날짜date를 표시하는 기능에서 따온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데이저스트’라 부르는 건 오류다. 요일day 표시 기능은 Day-date에 있으니까. 파열음을 발음하기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기능을 부정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니 앞으론 ‘트’를 꼭 붙이자.


롤렉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형태가 아닐까. 1945년에 만들어진 데이트저스트는 디이얼의 3시 방향에 날짜를 표시하는 최초의 방수 크로노미터 시계다. 사이클롭스 렌즈를 통한 날짜 표시창 확대는 1953년부터인데, 편의와 아름다움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미학적인 것에 예민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장단(長短)을 비교하자면 인류가 삶의 리듬을 시간hour보다 계절season에 맞춰온 기간이 더 길다. 산업 혁명을 필두로 길었던 농업 위주의 생활을 접은 인류는 주어진 시간time을 더 섬세하게 쓰기 시작했다. 끊이지 않는 진보 속에 살게 된 우리는 계절보다 시간에 중점을 두는 걸 자연스레 여기는데, 이 패러다임 역시 발전의 소산. 3시 방향의 날짜는 계절보다 하루하루에 가치를 두는 현대인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날짜 표시창과 사이클롭스 렌즈에 담긴 철학의 묵직함에 데이트저스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경건해졌달까. 변화의 속도가 무서우리만치 빠른데, 다음 패러다임이 무엇일지 모르겠지만 데이트저스트의 사이클롭스 렌즈에는 그 해답이 존재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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