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어본 경험

누군가 보면 유난이라고 할 이야기

by 또치호랭

이렇게 이야기하면 겨우 기르던 동물 갖고 유난이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유난스럽지 않은 표현이다.

어릴 때부터 유별난 아이로 많이 혼나면서 자라왔다.


지독하게 학대를 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늘 "이기적이다", "너만 안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들으며 스스로 진짜 그런 사람이라 믿고 자라왔다.


종종 정말로 몰라서 질문을 하면 그걸 하기 싫어서 반항한다 생각하고 혼을 내던 엄마 밑에서 사랑받고 싶었던 나의 유년기는 가장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원하던 것을 받지 못하여 스스로 미운 아이라 생각하며 자라게 되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타인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게 무서워서 늘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유기묘로 길에 버려져있던 페르시안 고양이, 호랭이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비록 그때는 나와 함께 살던 시절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나의 첫 자취도 함께해 준 나의 고양이 호랭.

호랭이와 함께한 원룸 자취방은 하나도 외롭지 않았고 늘 평온하고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감쌌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사랑을 줘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었고 처음으로 주는 사랑의 기쁨을 알 수 있었다.


누구와 아무리 가까워져도 머릿속으로는 늘 계산만 하던 나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 그저 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걸 알려준 아이.

그렇게 호랭이에게 사랑을 배우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호랭이에게 더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떠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가 나에게 준 사랑이 더 컸나 보다. 그 사랑이 넘쳐서 나에게까지 흘러들어왔고 어느 순간 진심으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행복하던 나날들에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존재가 찾아와 더 행복해지려던 때에 나의 고양이가 피를 토했다.


병원을 데려가서 각종 검사를 다 해보니 내 고양이는 길어야 6개월, 짧으면 3개월이라는 시한부를 통보받았다.


그때부터 나는 임신한 몸으로 어떻게든 호랭이를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기 위해 각종 항암 방법과 악성 림포마가 대체 무언지 왜 생긴 건지, 치료 방법이 정말 없는지, 예후는 어떤 지를 찾고 찾고 또 찾았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고 뱃속 아기가 태어나기 두 달 전, 나의 고양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떠나기 전 날, 남편이 화장실에서 머리를 말리면 변기 위에서 구경을 했던 평소의 나날처럼 그날에도 그걸 하다 변기에서 미끄러지고 안방 침대 발 밑에 잠시 누워있다 작은 방으로 향했다.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다음날 새벽 작은 방에 가보니 숨숨집에서 조용히 홀로 떠나갔다. 눈을 감겨주고 쓰다듬어 주는데 아직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조용히 호랭이의 물건을 정리했다.


호랭이를 가족 모두와 보내주고 돌아오던 길은 따스한 상실감이 내 마음에 박혀있었다.


심리상담도 받으며 지내던 며칠, 호랭이가 꿈이 나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호랭이를 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호랭이가 일어나서 내 옆을 떠나갔다.


그날의 꿈을 마지막으로 꿈에서도 호랭이를 볼 수 없었고 무언가 진짜로 호랭이를 보내준 느낌이었다.


나는 아직도 호랭이를 사랑한다. 그 사랑은 바뀌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랑이와 남편에게 이어져 간다. 사라진 게 아니라 이어지고 있다는 게 나에게 위안을 준다.


그 사랑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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