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시간, 체력 검사

달리기에 민감한 여고생

by 장은경

체육 선생님은 늘 깔끔한 운동복 차림에,

햇빛에 살짝 그을린 얼굴을 하고 계셨다.

핸썸하진 않으셨지만 키가 크고 날씬하신 외모에,

목소리에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이 있었다.


우리 학교는 남녀 종합 고등학교였다.

1반, 2반은 남녀인문계

3반, 4반은 남녀상과였다.

그래서 평소 체육시간 전에는 머리를 단장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체육시간을 준비하며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면

창문 밖으로 남자애들이 고개를 내밀며

“야, 예쁘다~” 하고 장난을 치기도 했으니까~

오늘은 3학년 1반 남자친구들과 함께

체력 검사를 하는 더 특별한 날이다.

교실 안 친구들은 작은 거울을 꺼내 머리를 매만지고,

체육복 바지를 털며 서로의 복장을 점검했다.


누군가는 “야, 머리핀 좀 빌려줘!” 하며 뛰어다녔고,

어떤 애는 몰래 작은 손거울을 들고 립스틱을 발랐다.

우리 교실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나는 그 분위기 속에 휩싸여

굳이 꾸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실 때면 가슴 한쪽이 두근거렸다.


선생님은 다른 학교에서 셋째 언니의 선생님이시기도 하셨다.

“아, 네가 정회 동생이구나.”

그 한마디가 묘하게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날은 대학 입학용 체력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운동장은 먼지와 땀 냄새로 가득했지만,

친구들의 수줍음과 미소 사이 어딘가에

뜨거운 햇살 아래서 스톱워치와 호루라기 소리로 긴장감을 더했다.


마지막 종목은 100m 달리기.

두 명씩 짝을 지어 출발선에 섰다.

친구들은 가볍게 뛰어 결승선을 통과했고,

그 웃음소리가 멀어질수록 내 심장은 점점 빨리 뛰었다.


“자, 준비!”

선생님의 구령과 함께 긴장감은 더해갔다.

“탕!”


총소리가 터지는 순간,

분명 출발은 했는데

반쯤 가고 있었을까 다리가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선생님이 달려오셨다.

“괜찮아? 움직이지 말고 있어!”


두 손으로 천천히 나의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신다.

근육을 풀어주시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지...


"조금만 견뎌"하시며

이젠 내 허벅지와 종아리를

발까지 사용하여 강약을 주어 흔들어주신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몇 분이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됐어, 이제 조금만 더 참자.”

20분 정도 지나자 다리가 조금씩 풀렸다.

"일어나 볼래"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보았다


내 체육복 무릎 부분엔 작은 구멍이 생겼고,

그저 체력 검사는 마무리되었지만

나의 100m 달리기는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했다.

체력검사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체력뿐 아니라 마음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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