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지훈 Oct 05. 2024

<조커 폴리 아 되> 후기

영화를 보지 않은 분께 스포일러를 주의하는 바입니다

불쾌할 수밖에 없는 코미디


명작은 망한 결말로 완성된다. 요즘 서브컬쳐계를 상징하는 말이다. 코미디 거장 토드 필립스가 만든 <조커> 역시 예외없었다. 리뷰는 결말을 두고 관객 사이에서 명작과 졸작 양 극단을 오간다. 개인적으로는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두 개 반 내지 세 개 사이 점수를 주고 싶다.


첫 번째 핵심은 애니메이션이다. 토드 필립스는 극중 애니메이션을 모두 복선으로 활용한다. 영화 초반, 이전 영화 내용을 요약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화려한 리무진에서 내린 조커는 레드 카펫을 밟으면서 대중에게 환호를 받는다. 그리고 곧 그림자와 아서 플렉이 나뉜다. 그림자는 락커에 아서를 가두고 쇼에 나선다. 대중에게 환영받는 조커는 그림자 뿐이다. 인간 아서 플렉은 망신만 당한다. 대중이 원하는 조커는 아서 플렉이 아니었다. 토드 필립스가 처음부터 아서가 죽으면서 끝나는 결말을 예고한 셈이다. 감옥 텔레비전에서 등장하는 페페 르 퓨도 복선이다. 영화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루니 툰>에 등장하는 스컹크 캐릭터 ‘페페 르 퓨’는 카사노바다. 극중에서 쉽게 사랑에 빠지고 손쉽게 여성을 꼬신다. 하지만 고약한 냄새로 번번이 사랑을 망친다. 조커도 비슷하다. 리를 손쉽게 꼬시고 대중을 열광시킨다. 반대로 매력 없는 인간 아서 플렉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다. 토드 필립스는 극 중간마다 일부러 감옥 텔레비전에 나오는 페페 르 퓨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루니 툰>은 조커와 할리 퀸 관계를 보여주는 복선이었다.


또 다른 핵심은 뮤지컬이다. 왜 토드 필립스는 조커 속편을 뮤지컬 영화로 만들었을까. 역시 답은 영화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서 플렉은 감옥에서 1958년 영화 <더 밴드왜건>을 본다. 한물 간 할리우드 배우가 뮤지컬로 다시 일어서는 내용이다. 아무런 교훈을 던지지 않는, 생각 없이 보고 즐기는 코미디 영화다. 대화를 하다가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는 구성을 처음 시도한 영화이기도 하다. 코미디 거장 토드 필립스는 <더 밴드왜건>을 <조커>와 연결했다. 조커와 할리 퀸이 부르는 노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더 밴드왜건>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격한 감정을 쏟아냈듯, 암울한 상황 속 격한 감정을 묘사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꽤 명확하다.  ‘이건 단순히 (코미디) 영화일 뿐이야. 그런데 왜 너희들은 여기서 의미를 찾아?’ 개인적으로 이 메시지는 이전 영화 <조커>가 일으킨 대중 사회 반응에 토드 필립스가 제시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결말이 불쾌한 이유는 간단하다. 극중 아서 플렉은 11월 8일 수요일에 최종 변론을 진행한다. 1980년대에서 11월 8일이 수요일이었던 해는 1989년 뿐이다. 레이건 시대가 저물고 조지 H. W. 부시 시대가 열린 시점이다. 그리고 그 해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공산권이 자멸하면서 어부지리로 특수를 누렸다. 영화 결말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다. 재판 당일 아서 플렉이 자멸했고, 다음날 감옥에서 새로운 인물이 아서를 죽이고 조커를 찬탈한다. 우연이라기엔 구성이 지나칠 정도로 치밀하다. 토드 필립스는 쓰러진 아서가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영화를 끝낸다. 끝까지 관객을 응시하는 두 눈은 관객에게 상황이 정당한지 판단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조커를 환대하면서도 아서 플렉을 밀어내는 대중. 관객인 우리는 과연 정의를 부르짖을 만큼 떳떳한가? 관객 다수는 이미 감정적으로 답을 안다.


결론적으로 잘 만든 블랙 코미디 영화다. 다만, 지나칠 정도로 마니악하면서 불친절할 뿐이다. 그래서 별 세 개라는 조금 짠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를 보고 평론가가 극찬한 이유와 관객 반응이 엇갈리는 원인을 알았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서 긴 글을 맺는다. ‘<조커 폴리 아 되>는 불편한 시대에 토드 필립스가 던진, 불쾌하면서도 웃긴 그러면서도 조금은 씁쓸한 질문이다.’




덧붙여 토드 필립스 본인도 뮤지컬 파트가 늘어진다고 생각한 듯하다. 지루함을 덜기 위해 할리 퀸 역에 레이디 가가를 캐스팅한게 아닐까.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도 코미디다. 또, 이번 글에 영화에 등장한 새로운 테마곡, <gonna build a mountain>과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이야기를 다루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가사에 나오는 ’나를 대신할 아들’ 구절과 케네디와 닉슨에게 차례로 이용당한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인생사도 복선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다 못 쓸 정도로 디테일이 많다. 역시, 영화도 미친 사람이 만들어야 재밌다.

작가의 이전글 2024.9.2~2024.9.6 독서목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