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편 과정이 부드럽게 진행되는 이유
2024년 12월 3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국회의원 재산공개 변동 현황>을 보면, 국회의원 297명의 평균 자산은 26억 5천 9백만 원으로, 언론이 제시한 25억 원이라는 수치와 비슷하다. 이 중 재산이 10억 원 이상, 50억 원 이하인 국회의원은 182명으로, 전체 의석의 60.8%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또, 2024년 현황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경제신문이 2019년에 조사했던 19대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 자녀 숫자도 1.98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제시한 ‘25억 원’ 규모 자산과 ‘성인 자녀 두 명’이라는 가족 형태는 우연이라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구체적이다. 여당이 배우자에게 줄 수 있는 돈의 액수에 제한을 두지 말자고 주장했을 때 야당이 동의하는 모습을 ‘아름다운 협치’라고 부른다면, 그 협치는 ‘국민’을 위한 것일까, ‘국회의원’을 위한 것일까.
또, 국회의원이 상속세 개편의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큰 계층에 속한다는 정황 증거도 있다. 2025년 3월 27일 자 경향신문 지면에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유산 취득세 도입 시···500억 이상 자산가 감세효과 20배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진보 언론지의 기사답게 여당인 국민의힘이 ‘초부자 감세’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걸었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기사 내용 중
“현 세율 체제에서 유산 취득세를 도입할 때 기존 상속세 대비 세율 인하 효과가 가장 큰 구간은 과표 10억 초과~20억 원 이하 구간이었다.”
라는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같은 자산 규모라도, 상속 방식에 따라 세금이 1억 6천만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기사 내용은, 해당 구간에 국회의원 다수가 속하는 현실에 의혹을 더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상속세 개편’이라는 단편적인 사건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여야의 협의로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기까지의 과정도 비슷했다. 올해(2025년) 1월 10일 자 경향신문 지면에는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쓴 <민주당의 정책역량에 대한 기대>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처음으로 제의했던 기관은 ‘한국금융투자협회’였다. 주식 거래가 많을수록 중개 수익을 많이 버는 증권사는 거래를 늘리기 위해 정치권에 증권거래세를 내리는 대신, 대안으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해 세입 손실을 충당하자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이런 증권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증권거래세를 2019년 0.25%에서 2024년 0.15%까지 0.1% 인하했다.
증권 상품 거래에 부과되는 세금 0.15%가 ‘농어촌특별세’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상 증권시장 영역에서의 세수 기반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철회 결정의 본질은 증권시장에서 세금을 없앴다는 사실로 요약할 수 있다. 상속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철회는 모두 세수 기반을 줄이면서도 특정 집단이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또, 사실상 세수 기반을 약화하는 정책의 논의가, 특정 계급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대중을 위한다는 논리로 감싼, ‘포퓰리즘’이라는 잘못된 프레임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일란성 쌍둥이’만큼 닮았다.
이번 상속세 개편안은 선거철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라고 부르짖는 정치인들이 당선된 후로는 자신의 지대를 추구하는데 골몰한다는 국민의 오랜 의심을 증명해낸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