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다 이렇게 사세요? 정말로?
난 내가 열여덟 살이 되기 전에는 영원히 열일곱 살일 줄 알았다. 그 전에는 열다섯 살에서 나이가 안 먹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전에는 열두 살보다 나이가 많은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열 살 때는 드디어 뭔 일이 있었을 때 십년감수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안도했던 것 같다. 지금 난 열아홉 번째 생일이 지난 지 세 달이나 지났다.
나이가 든다는 감각은 아직 나한테 너무 낯설다. 아직 열아홉 번밖에 안 들어 봤으니까. 내 생각에 난 아직 아기 같은데(우리 엄마랑 할머니는 날 애기라고 부르는데!) 어느새 생후 200개월이 훌쩍 넘은 생후 231개월이고 조금만 있으면 태어난 지 이십 년이나 되는 게 이게 맞는 걸까? 나도 지금까지 태어나서 십구년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서른 살이 되고 마흔 살이 되는 걸까?
진짜 너무 싫다...
나이드는 건 최악이다. 나이들고 싶지 않아. 과거에도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겠지. 그런데도 아무도 나이드는 걸 막지 못했다. 그게 제일 최악이야. 늙음은 인류의 집단지성과 몇만년의 시간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전 인류에게 닥친 재앙이다. 일론 머스크는 위성 쏘아버리는 거 대신 늙음의 치료법 같은 거라도 개발하는 데 투자할 생각 없나? 나 진짜 급한데. 열아홉 살일 수 있는 시간도 아홉 달밖에 안 남았단 말이야. 이대로는 눈 깜짝할 새에 마흔 살이 되어버릴 거라고.
마흔... 마흔 살이 된 나는 정말로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마흔은 진짜 너무 많은 숫자잖아. 내가 만으로 열아홉 살이니까 내 나이에서 두 배를 해도 마흔은 안 되는데. 지금 구글에 검색한 여성 평균수명이 83년쯤 되니까(남자는 좀 짧다. 근데 우리 아빠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그럴 만 한 것 같다.) 사십대는 앞으로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거다. 말도 안 돼. 지금까지 살았던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 앞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말이 돼? 어른들은 다 그런 걸 알면서도 아무도 폭동을 일으키지 않고 사회를 유지하는 걸까? 머리 이상한 거 아니야? 나는 내가 마흔 살이 돼서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질 때쯤엔 미쳐버릴 것 같은데.
진짜 마흔은 너무 많다. 진짜 상상도 못하게 많은 나이야. 우리 할머니는 사십대에 첫 손녀를 봤다. 손녀가 생길 나이라니... 말도 안 돼.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다시 가정을 꾸릴 정도로 성장해서 쪼끄만 미니 인간을 만들어낼 정도로 마흔은 많은 나이다. 그런데 그 마흔이 앞으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나이만큼만 더 살면 금방 온다. 진짜 코앞이다. 나 진짜 어떡하지?
늙는 건 어떤 느낌이지? 우리 엄마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내가 막 태어났을 때보다는 늙었으니까 겉모습이나 몸의 성능 변화는 대충 안다.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오래 걸으면 무릎이 아프고 가끔 머리가 아프고 잘 안 보이는 글씨를 볼 때 눈에 가까이 대는 게 아니라 멀리 떨어뜨려 보는 거다.
또... 어... 머리에 흰머리가 섞여서 나는 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거고 서른 살 때랑 똑같이 살았는데 이상하게 몸에 살이 계속 찌는 거고 손등을 꼬집으면 피부가 빨개지거나 자국이 남는 게 아니라 꼬집은 모양대로 피부가 늘어나서 그냥 그 형태를 유지하는 거다. 쪼끄만 산맥처럼. 가장 나를 충격받게 한 것은 사람 피부에 생기는 큰 주름보다도 눈 아래나 볼에 생기는 자잘한 주름이었다. 그건 오래 쓴 가죽지갑에 생기는 잔주름처럼 보였다. 맞아, 사람도 내 지갑이 된 소도 같은 동물이었지. 오래 쓰면 주름이 생기는구나. 그건 꽤 비슷하게 생겼구나.
난 그런 걸 겪어본 적 없다. 그래서 무섭다. 지하철에서 보이는 나이든 사람들은 피부가 바스락 소리를 낸다고 착각할 정도로 얇고 주름졌다. 자세는 왠지 굽었고 걸음이 이상하게 느리고 부자연스럽다. 나도 할머니가 되면 그렇게 될까? 난 싫은데... 진짜로 나이들기 싫다. 아무나 나이들지 않는 뭔가를 개발해 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