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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못되게 구는 사람이 되지 않을래요

'글로 민폐끼치는 사람이 되지 않을래요' 감상

by 가죽지갑 오븐구이

어느 평범한 날...

저는 모 sns에서 이 글을 보고 말았습니다.


바로 '글로 민폐끼치는 사람이 되지 않을래요"글입니다.

전문은 아마 브런치에 아직 남아 있을 테니까 궁금하신 분은 검색하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아 존댓말로 글 쓰는 거 못해먹겠네 다들 이거 어떻게 하고 사나요? 어려운데?

어쨌든 글의 앞부분을 보고 전문이 궁금해서 브런치에 들어갔다. 다른 플랫폼 블로그였다면 귀찮아서 안 봤을 텐데 하필이면 내가 블로그를 올리고 있는 브런치고 슬슬 친구들이 새 글을 독촉하고 있기도 해서 겸사겸사 들어갔다. 아마 들어가서 본 글이 충분히 흥미롭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가지고 있는 문구류 리뷰글을 쓰고 있었겠지... 문구류 리뷰와 인터넷에서 본 블로그 글 감상문 중 어느 쪽이 세상에 도움이 되고 도움이 안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인터넷에 올리는 글 중에 세상에 도움되는 글이 있나? 그냥 탄소나 좀 배출하고 말겠지.


본문은 꽤 짧은 글이었다. 복사해서 글자수를 센다면 정확히 알 수 있었겠지만 브런치는 작가 본인이 아니면 글 복사를 못 하게 되어 있고 하나하나 쳐서 세보기에는 그 정도로 궁금하지 않아서 관뒀는데 휴대폰 화면 기준으로 두세 페이지 정도 된다. 사진을 제외하면 그것보다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글의 대략적인 내용은 저 '글로 민폐끼치는 사례'로 인용된 글 '어렸을적부터 일상의 작은 하나하나가 모두 버겁습니다.'를 읽었고 그 글이 다른 멀쩡하던 사람들까지 무기력하고 우울해하게 만드는 별로 안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 그런 내용이었다.


캡쳐본 속의 글은 약 11년 전인 2014년에 82쿡이라는 기혼 여성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되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힘들다. 지친다. 뭐 그런 내용이다. 요새는 드물지도 않은 내용인데 저때는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나 보다(사실 잘 모른다). 글이 올라간 후에는 저 글과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들(일상의 하나하나가 버거운)에게 꽤 많은 공감을 받아서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저에너지 상태와 번아웃이 시대정신인 사회니까... 이거 진짜 정부가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나... 사람들이 쉼이 너무 부족해 보이는데... 태어날 때부터 절전상태인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충분히 쉬고 합리적인 정도의 일만 한다면 해결될 것도 같고....


작가는 저 글을 인용하며

라고 말했다. 비문이나 단어의 사용법은 굳이 지적하지 않겠다.

대충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워딩이 너무 셌다고 해야 하나... 개인 블로그에 무슨 말을 하든 자유인 건 알지만, 우연히 검색 같은 걸로 들어온 사람이 첫 문장 정도로 판단할 때는 좀, 심하게 못된 것 같긴 하다. 글은 끝까지 읽어야 하는 건 알지만, 저 문장이 첫문장이라면 내 생각엔 이미 화가 났거나 화가 날 준비가 된 사람 아니면 다음 문장을 안 읽을 것도 같다.


물론 작가(나는 개인적으로 브런치를 블로그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브런치 작가'라는 표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닉네임을 부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작가라고 써야겠다.) 는 이 문장 바로 뒤에 자기가 그렇게 못되게 굴지는 않는다고 변명하는 문장을 덧붙였다.

강조하려고 굵음 표시도 누르고 밑줄도 쳤다. 저 문장들 뒤에는 사람들이 댓글로 좋은 말도 써줬는데 인용하는 사람들은 그것도 안 보고 나 힘들다! 만 반복재생해서 좀 그렇다는 문장이 이어진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저 글 때문일까?


사람들이 꽤 휩쓸리기 좋아하는 면이 있는 것도 많고 주류 의견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누가 저런 글을 썼다고 다들 막... 그렇게 되나? 무기력하게? 그냥 그동안 어렴풋이 느끼고만 있었던 걸 누군가 언어화해 주니까 다들 표현법을 찾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까? 안 그래도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권장 수면시간보다 한참 부족하다. 그것도 나처럼 하루에 열 시간씩 자는 사람이 평균을 상향평준화시키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 바쁘게 사는 사람을 보면 저거 괜찮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조금 잔다. 한국 사회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나치게 적게 책정하고 있는 것도 같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저 글의 인용수는 그냥 세상에 힘듬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지표일 뿐이지, 저 글 자체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11년이나 지나도 힘든 사람들이 많다니 정말 큰일이다... 다들 행복하고 충만한 세상이 되면 좋을 텐데. 그걸 위해 다음 달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


다른 이야기인데 이번 대선은 화요일에 해서(원래는 수요일에 자주 한다) 사전투표일이 목요일과 금요일이라고 한다. 원래는 금요일과 토요일이라 주말에 시간이 난 사람들이 투표를 하러 갔는데 이번엔 못 그래서 조금 걱정된다. 사전투표는 아무 지역에서나, 본투표는 자기 거주지 근처에서만 할 수 있으니까 다들 잊지 말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자.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힘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수단을 활용해 언어화하거나 또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작가는 저 '어렸을적부터 일상의 작은 하나하나가~'글의 작가가 책임질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데 그것도 나는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이 있나..? 그것도 저 글이 올라간 곳은 익명 커뮤니티인데...?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 쓴 자기의 고충이 담긴 글이 화제가 되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같은 힘듬을 가진 사람이 많으니 큰일이라는 뜻이지 계기가 된 글을 올린 사람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2014년에 어떤 사람이 그냥 자기 생각을 써 올린 걸 '민폐'라고까지 표현하는 건... 좀 못되게 구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굴고 싶지 않아서 이런 감상문을 쓴다.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인상적인 부분은, 그 모든 장황한 말을 하면서 결국 책 사진까지 삽입하며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브런치 글 중간에 선 넣는 기능 몇 번 안 써봐서 신기하니까 캡쳐 대신 옮겨 적도록 하겠다. 길지는 않다.


다만 난 <마인드셋>의 저자 캐롤 드웩 교수님과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의 이민규 교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그저 나의 에너지 총량을 증진시키는 향상성 있는 사람...그게 내 정체성입니다!


드래그해서 복사한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옮긴 거라 토씨 정도는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그게]부분에서 말줄임표인 척 하는 마침표(이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나도 편해서 그렇게 자주 쓴다.) 뒤에 띄어쓰기 없이 바로 문장이 시작하는 건 내 실수가 아니라 본문 그대로 옮겨온 것임을 밝힌다.


음...

어...

우와...


어쨌든 작가는 그렇다고 한다. 굉장히 광오한 문장이다. 아마 작가가 저 책들을 아주 감명깊게 읽어서 쓴 사람들(본문에서는 교수님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책 작가를 그런 식으로 부르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고 설령 저 사람들이 실제 박사 학위가 있는 교수라도 내 지도교수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라고 표기한다)의 이름까지 기억한 모양이다. 나는 저런 류의 책은 전혀 안 읽고 일상에서 재미있는 책을 읽더라도 그 책을 쓴 사람의 이름같은 건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기했다. 내가 아는 작가... 롤링이랑... 어... 이오인 콜퍼... 관두자.


결국 그거다. 앞에 있었던 저 글이 사회에 끼치던 영향.. 그런 건 뭐 그냥 에피타이저 같은 거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저 문장이다. 저 '글로 민폐끼치는 사람이 되지 않을래요'라는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요약하면 '나는 저 책을 정말 감명깊게 읽었고 그게 내 인생에 정서적으로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데, 그 상태가 다른 사람들은 잘 못 따라하는 특별한 상태 같고 그런 저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정도가 될 수 있겠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나 잘났다 하면 될 것을 뭘 손가락 아프게 저렇게 남의 글까지 인용해서 장황하게 말을 잇나 싶다... 그럴 시간에 비문이나 좀 줄이지... 저 두 권의 책을 닳도록 읽느라 다른 책을 안 봤나? 세상에는 읽기 쉬운 글쓰기나 문장부호 사용법을 가르치는 좋은 책이 많은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아, 작가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진 김에 브런치스토리에도 들어가 봤는데 24년에 쓰여진 저 글이 마지막 글이었다. 그런데 12분 전에 어떤 사람이 단 댓글에 답글 달고 있더라. 길어서(거의 본문만큼 길었다) 끝까지 읽진 않았는데 반년 가까이 글을 쓰지 않았던 사람이 접속해서 반년 전에 무슨 마음으로 저 글을 썼는지 설명하고 있는 장황한 글이 궁금하면 본문을 찾아가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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