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 여행과 관계에 대한 단상

by 마음챙김 도훈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 정말 내 마음이 닿아 있는지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일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한 사람의 가능성과 기쁨이 드러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일들은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선택된다.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일 앞에서 우리는 점점 마음을 접고, 책임과 애착도 함께 내려놓는다.

흥미 없는 일을 오래 붙들고 있으면 사람과 일은 따로 논다.

몸은 일터에 있지만 마음은 그 자리에 없다.

그렇게 일은 소모가 되고, 사람은 점점 닳아간다.

반대로, 자신이 하는 일에 마음을 싣는 순간, 알게 된다.

일은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일을 통해 조금씩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한 가지 일에 전 생애를 거는 장인들의 삶을 떠올리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들은 보수에 앞서 의미를 택한다. 당장의 이익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는 일 안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전념한다는 것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에 가깝다.


여행도 비슷하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나는 몇 번의 여행을 통해 배웠다. 취향과 결이 맞지 않는 동행과의 여행은 풍경보다 감정이 먼저 닳는다. 잠깐의 여정도 이럴진대, 인생이라는 긴 여행의 동반자는 얼마나 신중해야 할까. 여행은 끝나지만, 잘못된 인연은 오랫동안 짐이 된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좋은 친구란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멀리 있어도 마음이 닿는 사람이다. 너무 잦은 만남은 오히려 관계가 숙성될 시간을 빼앗는다.

그리움이 쌓일 수 있는 거리, 말하지 않아도 이해가 남아 있는 여백.

그 여백이 있을 때 관계는 오래간다. 그리움이 없는 만남은 금세 시들해진다.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질수록, 나는 ‘비움’이라는 단어에 자주 머문다.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마음은 복잡해지고, 생각은 산만해진다.

예전 수행자들이 최소한의 것만 지니고 살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유를 줄이면 삶이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선명해진다.

생각이 많으면 꿈도 많아진다. 밤에 쉬지 못하는 마음은 낮에도 분주하다.

말이 많아질수록 중심은 흐려지고, 욕심이 커질수록 길은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삶은 결핍이 아니라, 집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결국 삶은 몇 가지 질문으로 정리된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나는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가볍게 이 생을 건너갈 것인가.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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