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사람을 넓게 사귀는 게 좋은 줄 알았다.
많이 알고, 많이 연결되어 있어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묘한 피로가 쌓였다.
만나고 돌아오면 마음이 맑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괜히 생각이 복잡해지고 기운이 빠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알았다.
사람은 비슷한 결끼리 모인다는 것을.
말하는 방식, 생각하는 깊이,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결국 닮은 쪽으로 흘러간다. 곁에 두는 사람이 곧 나의 방향이 된다.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면 괜히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고
남을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자연스럽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반대로 늘 불평과 험담이 오가는 자리에서는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입으로 쏟아낸 말이 결국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속이 단단한 사람은 굳이 많이 설명하지 않았다.
말이 적다는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함부로 내보내지 않아서였다.
세상은 이미 너무 시끄럽다. 끝없이 떠드는 의견들, 비슷비슷한 주장들,
날 선 말들. 집중하고 싶다면 우선 말을 줄여야 했다.
입이 조용해지자 비로소 생각이 또렷해졌다.
또 하나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늘 무언가를 가지려 했다.
더 나은 직업, 더 안정적인 자리, 더 많은 인정, 더 좋은 관계.
그걸 얻으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나를 얻을수록 신경 써야 할 것이 늘어났다.
지위를 얻으면 눈치를 보게 되고 관계를 얻으면 기대를 관리해야 하고
돈을 가지면 잃을까 봐 불안해진다.
그제야 이해했다. 무언가를 갖는다는 건 그것에 묶인다는 뜻이라는 걸.
내가 붙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내가 붙잡혀 있었다.
‘내 것’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것은 나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갖기 전에 한 번 더 묻는다.
이게 정말 필요한가, 아니면 불안해서 붙드는 건가.
관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유지해야 하는 인연이라면 이미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나는 점점 많이 가지는 삶보다 덜 얽매이는 삶이 좋아졌다.
말을 줄이고, 사람을 가려 만나고, 쥐고 있던 것을 조금 내려놓자 숨이 편해졌다.
자유는 더 많이 얻어서 오는 게 아니라 덜 붙들 때 찾아온다는 걸
요즘에서야 조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