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려한 것보다 작은 것에 더 마음이 간다.
소박하게 세워진 작은 공간 앞에 서 있으면 괜히 숨이 편해진다.
크고 번쩍이는 것보다 단순하고 검소한 것이 오래 남는다.
어쩌면 사람의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많이 갖추는 삶보다 가볍게 사는 삶이 더 단단해 보인다.
어디에도 과하게 매이지 않고 자기 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면 괜히 부럽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모두 얽혀 있다.
자연이 서로 기대어 존재하듯 사람도 그렇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행동이 내 하루의 기분을 건드린다.
며칠 전 아침,
근처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때문에 집 안 공기가 잠시 불편해졌다.
누군지 모르는 이웃의 무심함이 우리 집의 감정까지 건드린 셈이다.
별일 아닌 것 같은 일이 순간적으로 언성을 높이게 만들었다.
그때 문득 알았다.
아, 우리는 정말로 연결되어 있구나.
아파트의 소음 문제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생활이 스며든다. 누군가의 늦은 발걸음, 누군가의 무심한 소리 하나가
다른 사람의 예민함을 자극한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은 감정이 빠르게 번진다.
힘든 상태로 출근한 사람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지쳐 있는 표정 하나가 또 다른 사람의 하루를 흔든다.
돈을 벌기 위해 모인 곳이지만 그 안에는 늘 긴장과 압박이 깔려 있다.
그래서 사소한 오해도 쉽게 부풀어 오른다.
도로 위도 비슷하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사람은 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작은 끼어들기 하나에도 감정이 출렁인다.
차가 클수록, 접촉해야 할 대상이 많을수록 신경은 더 날카로워진다.
결국 사람이 많이 얽혀 있는 곳일수록 스트레스는 쉽게 증폭된다.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한다.
완전히 얽히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서로의 하루에 영향을 주며 살고 있다.
다만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떤 기운을 흘려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짜증을 내보낼 것인지, 조금 여유를 남길 것인지.
누군가의 감정이 내게 옮겨 붙을 수 있다면,
내 감정 또한 누군가에게 건너갈 것이다.
그래서 작은 태도가 중요하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순간의 표정 하나, 말투 하나.
우리는 각자 작지만 결코 고립된 존재는 아니다.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일도 멀리 있지 않을지 모른다.
내가 오늘 흘려보내는 기운이 어디까지 닿을지 모른 채
이미 퍼져가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