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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뱜비 Oct 31. 2023

차분함이 우울이 되었어

 그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것일까? 애초에 그 사람은 내 인생에 좋은 사람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마저 잃어버린 산송장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세히 뜯어보면 나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이는 행동을 줄지어 이어왔음에도 내 마음은 꾸준히 그 사람을 되뇌고 있었다.


애써 EDM을 들으며 바닥으로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올리려고 애썼지만 그마저도 겨우 일상을 온전히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에 그쳤다.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의욕이 바닥에 깔린 지금,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 마음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선생님은 산책이라도 시작해 보라고 하지만 그것이 내 마음을 보듬어주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위대한 시크릿을 조금씩 읽고 있다. 마음은 모두 환상이며 나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통제하고 어떤 순간에는 가볍게 무시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내 모습을 그리고 싶었지만 몸을 일으키기도 버거운 일이 되었는데 그것에 도움이 된다.


때때로 내가 아닌 남을 탓하기도 하고 상대보다 큰 마음을 가진 나를 자책하기도 하며 과거의 나를 질책하기도 한다. 나를 끌어당기던 종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는 것도 아니었다. 큰 벽이 내 앞을 가로막는 기분까지 들었다. 식욕도 크게 줄었고 괜히 끊었던 담배를 집어들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작은 동기를 찾아 나의 가능성을 하나씩 찔러보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이 빛을 발해 나의 삶 전체를 비춰줄지 모를 일이다. 삶은 이렇게나 도박적인 게임이었던 것인가. Avicii의 Wake Me Up이 내 인생 뒷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게임에서 로그아웃이 불가능한 상태에 얽매여 있어서 내가 즐거운 것을 하고 있다. 가끔 불안해지는 마음을 어쨌든 억누르고 있지만 다음번엔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 내 삶에서 활기를 찾을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것의 근본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나는 애써 한 걸음씩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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