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같은 대답은 하지 말자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가 괜히 발화점이 되어 내 기분을 하루종일 태울 때 말입니다. 자력으로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때 어떤 방법을 쓰시나요?
저는 유튜브에 웃긴 영상을 검색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예능을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좀 웃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TV를 켰습니다. 그날 우연히 제가 본 것은 tvN <지구오락실2>였지요. 저 세상 텐션의 여성 출연자 4명이 등장합니다. 맏언니인 코미디언 이은지와 3명의 가수 미미, 이영지, 안유진입니다. 시종일관 시끄러워요. 여러분의 유머코드와 안 맞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더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미리 밝혀둡니다.
신서유기 시즌 전체를 두 번 이상 본 저는 나영석 PD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이 프로를 선택했어요. <지구오락실1>은 시청하지 않았어요. 출연자들에 대해 잘 몰랐었고, 과하게 시끄러워 참을 수 있는 데시벨을 초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즌2가 편성되었다는 의외의 기사를 접하고 궁금해졌습니다. 뭔가 매력이 있으니 시즌2를 하는게 아닐까 하구요.
일단 TV의 볼륨을 낮게 조정한 후 보기 시작했는데, 혼자 키득대며 웃고 있더라구요. <지구오락실2>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나옵니다. PD와 작가들은 그것을 지구오락실 멀티버스라고 표현합니다. 지구용사 4인방이 외국으로 떠나는 사연은 이렇습니다.
달나라에 토끼가 사는데 이름은 토롱이에요. 옥황상제가 운영하는 ‘우주떡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과중한 업무와 야근 때문에 지구로 도망옵니다. 옥황상제는 토롱이를 지명수배하고, 지구용사 4인방은 현상금을 노리고 토롱이와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시즌2에서는 토롱이가 핀란드로 도망갔다고 하니, 지구용사들도 핀란드로 떠납니다. 그냥 출연자들이 외국가서 그 나라의 음식을 걸고 게임하고, 재미있게 놀다오는 프로그램이에요. 이런 프로에 애정을 가지고 웃을 준비가 안 되신 분께는 비추입니다. 내 구미에 맞는 좋은 컨텐츠는 널려 있으니까요.
제가 유심히 본 장면은 나영석PD 군단이 만든 세계관인데요. 핀란드는 겨울왕국이니 왕족이 되어야만 핀란드로 갈 수 있다는 참 근본없는 조건을 내겁니다. 거기다가 한국은 무슨 왕국이냐고 묻는 부분이 하이라이트입니다. “한국은 무슨 왕국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정답은 드라마 왕국.
그래서 드라마 속 왕족으로 변신해야만 멀티버스를 통과할 수 있다네요. 그럼 왕족이 나오는 한국 드라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사극을 떠올릴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틀을 깨 봅시다. 나PD의 질문에 직선으로 생각하지 말고 곡선으로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해서 나온 드라마가 <커피 프린스 1호점>, <SKY 캐슬>, <꽃보다 남자>, <도깨비>입니다. 이유는 생략하겠습니다. 뜬금없는 상황전개라고 눈살을 찌푸린다면 좀 더 오픈해 봅시다. 틀을 깬다는 건 결국 기준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생각에 기준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요? 결국 근본없는 헛소리에서 대박 컨텐츠가 탄생할지도 모르는데요.
제가 chatGPT에게 “한국은 무슨 왕국인가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한국은 현재 왕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네요. 인공지능에게 아직 예능은 무리일까요?
우리가 인공지능과 똑같이 생각한다면 틀을 깨는 아이디어는 나오기 힘들겁니다. 자를 대고 그은 것 같은 직선말고 비뚤비뚤해도 인간미 있는 그런 곡선으로 생각해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