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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샘 May 14. 2023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나다움의 힘

코카콜라와 펩시, 진짜 가수와 모창능력자

예전에 콜라의 양대 산맥인 펩시와 코카콜라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어요. 아무 표시가 없는 컵에 두 개의 콜라를 따라주고 사람들에게 맛평가를 부탁한거죠. 여러분의 취향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51%가 펩시를 선택했고, 콜라의 원조인 코카콜라는 44%만 선택했습니다. 다들 충격이었어요. 문제는 다음 실험인데요. 컵에다 브랜드 이름을 붙이고 다시 테스트합니다. 이번에는 펩시가 23%였고, 65%가 코카콜라의 손을 들어주었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신경과학자 리드 몬테규는 67명의 피실험자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 들어가게 합니다. 


본인이 마신 콜라가 어떤 브랜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뇌 반응을 살펴보니 모두 동일한 뇌 영역, ‘측중격핵(달콤한 맛을 느끼는 부분)’이 크게 활성화되었습니다. 


 반면, 브랜드를 알려주자 코카콜라를 음미할 때는 측중격핵 외에도 정서적 판단과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펩시를 마실 때는 그렇지 않았구요.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정서와 기억이 펩시 브랜드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입니다. 브랜드를 인지한 상태에서는 콜라의 맛도 바꿉니다. 사람들의 뇌가 특정 브랜드를 무의식적으로 좋다고 인지하고 있고, 기대치가 생겨버립니다. 단순히 맛 외에도 강력한 브랜드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증명한거죠. 




‘히든싱어’는 가수와 5명의 모창능력자가 블라인드 뒤에서 노래를 부르면 청중단이 ‘진짜 가수’를 찾는 형식의 음악 예능입니다.   모창능력자의 창법이 진짜 가수와 비슷해서 한 소절씩 부르면 누구의 목소리인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오랜 기간 함께 노래한 멤버들도 헷갈릴 정도니까요.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벚꽃이 피면 거리에 울려 퍼지는 곡이 있지요. 가수 장범준의 ‘벚꽃 엔딩’입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벚꽃 개화기 때만 되면 음원차트를 휩쓸어 ‘벚꽃 연금’‘봄캐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죠. 가수 장범준이 히든싱어에 출연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결코 따라하기 쉬운 목소리는 아닌데, 이변이 발생합니다. 2라운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라는 곡에서 꼴찌를 한거죠. 출연자 모두가 충격을 받았는지 스튜디오 내부가 시끌벅쩍 했어요.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의심도 하구요. 가수 장범준도 넋을 잃고 터덜터덜 걸어나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범준의 팬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까요? 목소리를 잃었다고 욕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그의 목소리까지 좋아할거니까요. 모창능력자가 우승을 한다고 해서 진짜 장범준이 되는 건 아닙니다. 흔한 듯 흔하지 않고, 억지로 꾸미지 않은 담백한 그의 목소리는 장범준만의 것이고, 천재적인 작곡 실력도 장범준만의 것이니까요. 




여러분의 능력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나요? 나만의 것을 소홀히 하거나 하찮게 여긴다면 봉준호 감독의 말을 전해드립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헐리우드의 높은 벽을 뛰어넘고 오스카상을 손에 거머쥔 감독이죠. 시상식 소감에서 그가 존경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합니다. 


 When I was young and studying cinema, there was a saying that I carved deep into my heart which is,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That comes to u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 


BONG JOON HO. DIRECTINGPARASITE. 


어린시절 영화를 공부할 때 마음 속에 깊이 새긴 말이 있었다. 그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그 말은 여기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다.   

   

어릴 적 우상 앞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 봉준호 감독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봉준호 감독의 말을 통해 나만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 봅시다. 그야말로 진정한 내 이야기이고, 내가 잘 아는 나만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우리 뇌 속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코카콜라의 맛도, “벚꽃연금, 샴푸연금”이라 불리는 장범준의 노래도 모두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대학교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4년동안 ‘경쟁’을 했지만 막상 취업할 때 보니 ‘경쟁력’이 없다고 합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나만의 것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제 아무리 개성이 강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대로 썩어버리죠. 썩기 전에 갈고 닦아 빛나게 해보세요. 단 하나라도 나만의 것을 찾으려는 여러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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