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휴직을 신청할때 '내가 다시 복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신청서를 작성 했었다.
그런데 휴직 기간이 끝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복직을 하게 되었다. 복직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오랜 기간 휴직을 했었기에 조직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조직의 리더도 변경되었고, 그 아래 임원들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다행히 친하게 지내던 선배, 동료, 후배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복직이 아주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복직 후 첫 출근날, 나는 새로운 임원분께 복직 인사를 했다. 당연히 그분은 나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으나, 나를 원래 복직한 부서가 아닌 옆에 부서로 배치를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임원분이 나를 배치시킨 부서에 나에게 시키실 일이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도 나에게 제대로된 업무가 아닌 그냥 지나가는 일들만 주어졌고, 임원분과는 얘기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 상황은 뭐지? 내가 앞으로 회사를 계속 잘 다니려면 부서를 옮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는 임원 밑으로 가서 나의 담당 업무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옮길 부서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옮기고 싶은 부서 임원분께 면담을 신청했다. 다행히 면담이 잘 진행이 되었고, 현재 부서 임원이 보내주시면 본인은 언제든지 웰컴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현재 임원분께 면담을 신청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몇번이나 일정이 미루어졌다. 너무한다 싶었으나 어쩔수 없이 기다렸고 드디어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현재 조직에서 나의 역할이 불분명하고 내가 이 부서에 없어도 될 것 같으니 다른 부서로 이동을 희망한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무리없이 보내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 러. 나. 그분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얘기를 하셨다. 지금 그분 조직에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해서 그냥 보내줄 수는 없고, 그럼 내가 갈 부서에서 나의 현재 부서로 올 수 있는 인력이 있으면 맞교환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무슨 인력시장도 아니고. 정말 기가 막혔다.
결국 본인 조직에 몇명이 있는지가 그분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했고, 본인의 욕심 때문에 나를 보내줄 수 없다는 거였다.
정말 나의 생각은 1도 안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본인 조직에서 잘 활용할 생각도 없고 챙겨줄 생각도 없으면서 내가 스스로 알아서 다른 부서로 가겠다는데 그것을 못하게 막아버리는 말도 안되는 사람이었다.
당장 이 부서에 올 사람이 없는데. 그럼 내가 이 부서에 계속 있어야 된다는건데.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면담을 신청했으나 또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일정이 미뤄지고 결국은 취소되었다. 나는 메일을 쓰기로 했다. 조금은 불쌍하게, 조금은 공격적으로, 팩트 중심으로 메일을 작성해서 보냈으나 역시 돌아오는 회신은 대체 인력이 있어야만 부서이동이 가능하다는 반복되는 대답이었다.
정말 나는 그 부서의 여러개의 부품 중에 하나였고, 지금 필요는 없는데 다른데 보내면 부품수가 적어지니 안되고, 그러니까 그냥 방치해 두는 거였다.
그냥 가만히 있을수는 없어서 다시한번 이번에는 약간 감정적으로 메일을 보냈다. 어떻게 해서든 부서를 옮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화를 나게 해서 홧김에 보내주겠다고 하게 만들던지, 감정적으로 호소해서 혹시나 불쌍한 마음이 들어서 보내주겠다고 하게 만들던지, 아니면 지겨워서 보내주겠다고 하게 만들던지...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8개월이 지났다... 중간 중간 지나가는 업무를 맡아서 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 조직에 적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부서원들 사에서도 묘한 왕따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워낙 회사내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다. 나는 그 임원에게 잊어버릴만 하면 또 면담을 신청하고 메일을 보냈다.
결국은 그 임원이 내가 가려고 하는 부서에서 한명을 설득해서 데려오기로 하고, 나와 맞교환 형식으로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다.
8개월 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었으나, 그래도 결국은 부서이동에 성공한 것이 너무 다행이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회사에서 같이 모시고 일하던 임원분들이 생각났다. 아! 그분들이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었구나! 그분들께 정말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새로운 부서에 가서는 나를 그 부서로 기분좋게 받아준 임원분께 잘 맞추고 충성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랜 휴직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복직한 나는 이렇게 8개월만에 다시 한 번 조직을 변경하고 새로운 부서에 또 적응하기를 시작했다.
나를 부품으로 대하시던 그 임원분은 그 해를 마지막으로 퇴임을 하시게 되었다. 결국 그렇게 되실것을 나를 그냥 가겠다고 할때 보내주시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셨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