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말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수많은 크고 작은 깨달음의 시기가 온다.
지금 나는 그중에서 조금 큰 깨달음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매일매일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오고 간다. 아마도 그만큼 나만의 시간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더 크게 느끼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힘들게 나를 키우셨구나...
딸아이의 사춘기로 나에게서 독립하는 아이를 보면서 요즘 생각이 많고 마음이 슬프고 어렵다. 왠지 내가 다른 엄마들 보다 유독 더 심한 몸살을 앓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엄마들도 다 남들 모르게 겪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 옆에 영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가끔은 왜 내 옆에 이렇게 오래 있는 거지?라고 조금은 귀찮은 마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행복했던 아이가 내 옆에 있던 그 순간들을 그때 더 마음껏 즐기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누가 나한테 한 번이라도 얘기해 주었으면 한번 더 생각했을 텐데. 그래서 나는 요즘 육아 후배들을 보면 꼭 얘기해 준다. 그 시절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같이할 수 있는 "한정된" 소중한 시간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는 것을.
나의 사춘기 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부모님께 참 못되게 했던 것 같다. 나도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부모-자식 사이에서 어떻게 대화를 해야 되는 건지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나의 감정을 너무 숨기고만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씩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연습하려고 한다. 언젠가는 딸과도 마음을 서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요즘 부모님께 좀 더 자주 연락드리고 잘 챙겨 드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딸에게 마음을 쓰는 만큼 부모님께 마음을 쓰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내리사랑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내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나의 자식에게 그대로 내려주는 것이구나.
요즘 자꾸 딸에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데, 딸에게 기대는 하지 말고 많이 많이 주어야겠다. 그래야 내 딸이 또 그 사랑을 받은 만큼 잘 내려줄 테니.
딸과의 지난 추억은 잘 간직하고 그리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보면서 내 마음을 스스로 달래고, 이제 나 자신을 좀 더 돌보면서 딸을 독립시키고 나만의 인생을 잘 만들어 가야 된다.
사춘기가 지나면 다시 엄마 옆에 온다고 하니 그때까지 잘 지내보자. 나의 루틴을 만들어 잘 지내보자.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