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생존 이야기 : 어르신 편
50대는 기력이 떨어지는 것 말고도 직면한 어려운 현실이 다양합니다. 일단 직업, 건강, 배우자, 자녀, 친구와 관련된 일에 관한 고민으로 하루가 부족합니다. 그런저런 일로 중년의 삶에 익숙해질 무렵 최근 집안 어르신과 대화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과거에도 다양한 이슈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오랜 기간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20~30대와 세대 차이를 느끼는 점은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80대 어르신과 세대 차이를 느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르신의 변화
제가 느낀 어르신과 세대 차이를 간략히 요약해 봅니다. 먼저, 본인의 건강에 관해 불안감을 많이, 그리고 늘 느끼고 계십니다. 50대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세대지만 분명히 80대만큼은 아닙니다. 뵐 때마다 건강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처방을 듣게 되는데 문제는 곧 돌아가실 것처럼 걱정이 많으시다는 점입니다. 물론 나이 먹으면 누구나 겪어야 할 당연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칭찬도 몇 번 들으면 듣기 불편한데 매번 듣는 부정적인 말은 대화를 피하고 싶은 불경한 감정을 유발합니다. 몇 번 아니지만, 듣기로는 어르신은 꾸준히 운동하고 계십니다. 실제로 주변 분들과 비교해 보아도 상대적으로 건강해 보입니다. 걱정을 덜어 드리기 위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말씀드리지만, 어떤 조언도 무용지물입니다.
둘째, 본인의 삶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십니다. 50대 제가 보기에는 성공적인 삶인데 대화 때마다 자아비판을 하십니다. 과거에는 고생하셨지만, 지금은 멋지고 훌륭하신 삶이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통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위 두 가지는 개인적으로 감당할 만합니다. 그런데 가장 힘들고 가족들도 어렵게 생각하는 점은 주변 사람에 관해 서운함을 표출하시는 것입니다. 놀란 점은 말씀 중에 주변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본인의 틀에 따라 과장하거나 왜곡하십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어르신 말씀만 듣고 다른 사람을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실이 확인되면서 가족조차 어르신과 대화가 줄어듭니다. 본인은 느끼고 계시는지 모르지만, 점점 더 외로운 삶의 방향으로 가고 계십니다.
변화의 원인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혹스럽고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모른 척도 해보고 공감도 해보았습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어르신은 고립되어 갔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찾아보았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2가지로 정리됩니다. 먼저 호르몬 수치의 감소입니다. 남녀 모두 70대가 되면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수치가 낮아지면서 우울감, 불면증, 신체 기능의 저하, 자신감 상실의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둘째로 인지 기능의 저하로 정서적인 불안감이 증대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불안감, 사회적 고립 등을 크게 의식하게 됩니다. 즉 세월이 흘러가면서 신체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답답한 점은 원인은 알지만, 마땅한 처방이 없다는 점입니다. 좋은 식습관, 주기적인 운동,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줄일 수는 있으나 인간이 직면한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나도 80대가 되면 똑같이 변할 것이라는 좋은 점을 배웠습니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어르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르신이 밉지 않고 오히려 돕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50대가 할 수 있는 행동
가장 핵심적인 것은 80대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누구나 80대가 될 것이고 그렇게 변해 갈 것입니다. 그런 변화를 운명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어르신의 어떤 언행도 세월이 원인이고 예상했던 일이니 당황스럽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어르신과 대화할 때 주의해야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시시비비를 가려 따지거나 50대가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주장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진실, 사실 같은 것들과 논쟁이 발생하면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본인의 주장만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다가 초신성이 폭발하듯 극단적인 대립 상태에서 감정이 폭발합니다. 결국 양쪽 모두 불쾌감을 느끼고 서로의 대화 자체를 꺼리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전문가의 의견은 칭찬, 공감을 제시했습니다. 목표는 알겠는데 방법을 모르는 너무나 간단한 처방입니다. 특히 다양한 상황에 따른 대화법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AI에게 80대와 잘 지내기 위한 10가지 제안을 물어보았습니다. AI는 불과 5초 만에 아래와 같이 답을 주었습니다.
1.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건강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이렇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정받는 느낌은 큰 기쁨을 줍니다.
3.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잖아요, 기억하세요?" 과거의 좋은 순간들을 되새기며 유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견을 물어보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5.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본인의 생각을 부드럽게 표현하세요.
6. "요즘 뭐가 가장 즐거우세요?" 일상이나 관심사를 물어보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7.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작은 일이라도 돕겠다는 제안은 큰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8. "그때 정말 잘하셨어요." 과거 노력이나 업적을 칭찬해 자존감을 높여주세요.
9. "시간 되시면 같이 산책해요.”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제안은 도움이 됩니다.
10. "항상 곁에 있을게요.” 심리적 안정감과 따뜻함을 느끼실 것입니다.
앞으로도 내가 겪을 일들입니다. 내가 80대 되었을 때 자녀들이 이렇게 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80대의 상황이 운명 같은 것이니 평가하지 않고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