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유투브 채널을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내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면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흥미롭고 도움이 되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유투브 채널을 개설하려고 하니 채널 이름부터 고민이 됐다. 우리의 이야기니 우리를 나타내고 싶어 최종 결정한 이름은 나와 남편이 연애시절부터 서로를 불러오던 별명을 담은 '숑구링구 in Canada'이다.
나는 남편과 10살 난 아들과 함께 11년째 캐나다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 세 사람이 살아가며 겪고 느끼는 것들을 전하고 싶어 하면서 남편과 나의 애칭인 '숑구와 링구'만 포함했다. 그래도 될까..? 아들의 애칭까지 포함한 '숑구링구방구'로 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공유하게 될 우리들의 캐나다 생활 이야기엔 아직은 어린 내 아이의 이야기도 다수 포함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잠시 머뭇거리던 생각은 큰 주제인 '캐나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기'를 다시 떠올리며 방황을 멈췄다. 채널 이름에 아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스멀 거리던 약간의 죄책감도 사라진다. 그래, 너는 이방인이 아니니까.
비록 너의 선택은 아니었으나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인과 캐나다인이라는 이중 국적을 가지고, 이 땅에서 자라는 것들을 먹고, 태어나자마자 이 땅의 일들을 겪고, 두 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눈동자나 피부색이 너와 다른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친구 먹는 너는, 이곳에서 이방인이 아니니까. 이곳에서 이방인은 남편과 나, 우리 두 사람일 뿐이다. 비록 이곳에서 일을 하고 아이를 기르고,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해도 말이다.
앞으로 내가 적게 될 이야기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지극히 한국적인 가정과 학교에서 한국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난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캐나다로 이사와, 많은 것이 한국과는 다르고 그래서 낯선 캐나다,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고 정착해, 반쯤은 늘 이방인인 채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우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고 나의 삶에 만족하며 감사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뽑힌 곳에서 살고 있다 해서 우리의 삶이 가장 살기 좋기만 할 리는 없다. 이방인은 언제나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긍정적이어야 하며 그래도 조금은 늘 외롭기 때문이다.
'여행이 아닌 삶을 외국에서 살아간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해 본 분들이, 환상과 현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 한 번쯤 그 생활을 좀 더 생생히 느껴볼 수 있다면, 현실적인 고민도 마주해 보며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로 인해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어떤 무언가 라도 더할 수 있다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한 뼘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