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모르는 걸 물어보길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지요
그런 당신이 가끔은 불편했습니다
당신은 말이 서툰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없을 때면
당신의 어눌한 발음 때문이 아니라
나의 부족한 영어 때문인 척 되물었죠
당신은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참을성 있는 눈으로 기다려주던 사람
종종 내 이름을 기억 못 해서 다시 묻고는
기도처럼 되뇌며 잊지 않으려 애썼지요
당신은 자기의 속도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시작이 느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중 가장 나이가 많던 당신의 그림 속엔
행복한 공룡 한 쌍이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룡을 좋아했다며 소년처럼 웃던 당신
내게 마지막으로 건넨 그 말이 그때는 뜬금없다 생각했습니다
"Good luck with everything in your life.
Enjoy your life. You are very young."
그것이 축복인 줄을 몰랐습니다
오늘 당신이 이 별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거슬리게 질문을 계속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름을 되물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울었습니다
친절한 공룡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걸 그랬다고
건조한 "Thank you"대신 축복의 말을 돌려줬어야 했다고
마른 붓에 잉크를 적시며 울었습니다
유난히 춥고 처량 맞게 비가 내리던 어느 날
함께 수업을 듣던 cassmate의 부고를 갑자기 들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덜덜 떨며 아직 가지에 남아있는 열매를 따와 natural ink를 만들었습니다.
내내 손이 떨리고 가슴이 떨렸습니다.
우리는 그를 잃었어도 눈물을 닦고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 몇 주 동안 도무지 정신이 차려지지 않아 여기저기서 울며 꾸역꾸역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날을 기록할 만큼 이토록 쉽게 멍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