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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fewriter Aug 18. 2023

평일에 즐기는 마지막 커피타임

 영원할 것만 같던 자유의 시간이 끝나간다. 오늘부로 평일에 즐기는 카페투어는 끝이 난다. 어느 카페를 갈지 고심 끝에 가장 단골인 카페를 골랐다. 마음도 편하고 커피가 맛있고 글 쓰기에도 좋으니까. 얼마 전에 구조해서 키우고 계신 아기 고양이가 몸집이 제법 커져서 당당하게 카페 매장 안을 활보하고 있다. 귀여워서 글에 집중이 잘 되지 않지만 기분 전환엔 도움이 되니까 오히려 좋아. 약 1년 간의 백수 생활을 하면서 내가 잉여인간처럼 느껴질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쉬었던 네이버 블로그가 아무래도 익숙해서 다시 포스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주로 그동안 쌓였던 경험들을 꺼내보며 정리하는 시간들이었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써낸다는 것은 굉장히 생산적인 기분이 들게 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과거를 정리하면서 뭔가를 발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써나가다 보니 어느덧 일일 방문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게 됐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반짝 생겼다. 하지만 일부러 방문자수를 높이기 위해 인기 있는 키워드 위주로 억지로 글을 쓰는 것은 나와 맞지도 않았고 협찬 역시 내 블로그를 망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제안을 무시했다. 나름 진정성 있게 콘텐츠를 쌓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네이버 블로그의 특성상 정보만 얻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아무리 정성껏 써봤자 내 글 전체를 제대로 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사진 위주로 휘리릭 훑어보는 것 같았다. 이웃과의 소통도 의무적으로 댓글을 달려고 하다 보니 이 짓이 댓글봇과 다를게 뭔가 싶었다. 관심 없는 사람의 글은 전혀 읽히지 않아서 누군가에겐 내 글 역시 그럴 수 있겠거니 하게 됐다. 한계가 명확해지자 블태기가 찾아왔지만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카페 데이터를 편하게 일기처럼 정리하기엔 적합했던 것 같다. 


 이때쯤, 쉬면서 책도 꽤 읽다 보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예전부터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에세이 형식으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는 좀 더 글에 집중하는 듯한 분위기였고 나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쓸 수 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글을 좀 더 정제해서 쓰는 연습을 하기에 좋았다. 1일 1 카페를 하는 나에겐 아무래도 카페가 가장 친숙한 주제였지만 카페에 대한 정보가 SNS에 넘쳐나는 시대에는 경쟁력이 없는 후발주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카페에 갈 때마다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생각하며 겪은 것들을 내 식대로 풀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런 글들을 남기게 됐다. 딱히 별 반응은 없었지만 목표한 대로 써왔다는 사실 하나가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이번 재취업을 할 때에는 경력이 전무한 에디터 직무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더욱 포트폴리오가 될만한 글이 필요했다. 그리고 실제로 면접에서 브런치에 적은 글이 도움이 되어 합격할 수 있었다. 역시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여러모로 쓸모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글로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지만 어쨌든 첫 번째 목표는 이룬 셈이다. 


 브런치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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