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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릿 세이 Oct 13. 2023

프롤로그

포기가 습관입니다.

포기가 습관이 되어버린 스물아홉, 7번째 퇴사를 했다.

‘이직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 채용하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되는 사람. 누가 같이 일하고 싶을까? 나라도 싫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다. 이걸 하면 더 나아질까 저걸 하면 더 좋아질까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참 많은 걸 시도했다. 제 딴에는 뭐라도 이루어 보겠다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다 어느새 체념에 익숙해져 버렸고 포기의 달인이 되어버렸다.


도전과 실패는 충분할 만큼 경험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 모양 이 꼴인걸 보면 ‘도전과 실패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라는 횟수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나의 방법이 잘 못된 것이 아닐까? 도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을 몰라서 지금까지 잘 못 된 방법으로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저 단순하게 시련에 대처하는 방식이 조금 미숙했던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해답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찾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출발지 생장피에드포흐에서 태어나 도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죽음에 이르기까지. 800km를 걷는 한 달 동안 삶에서 겪는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빠르게 경험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두려움을 직면하고 불안감이 밀려오는 순간, 이 길을 왜 걸어야 하는가? 이 삶을 왜 살아가야 하는가? 이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답답하고 막막한 순간들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정면으로 마주했다.


일상생활에서는 감정의 시작과 끝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감정적으로 복잡하게 엉켜 있는 인간관계와 다양한 상황은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포기가 습관이 되기까지 가장 큰 걸림돌은 ‘감정’이었고, 가장 큰 깨달음으로 이끌어 준 것 또한 ’ 감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하얀 도화지처럼 감정의 시작과 끝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새하얀 도화지에 색을 넣어 감정이 그려지자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나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동시에 분명하고 선명해졌다.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모든 것이 분명하고 선명하고 명확해지는 경험. 이것을 ‘지혜가 열렸다’라고 하는 것일까?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신비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험을 이야기하려 한다. 나처럼 열정은 차고 넘치지만 끝까지 이루어 내지 못하고 포기가 습관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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