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아기냄새가 사람냄새가 되기까지

by 이지

오늘은 실컷 아기의 냄새를 맡았다.

귀여운 배냇머리 냄새, 작고 작은 발에 나는 발냄새, 손가락 사이사이의 냄새.

아무리 맡아도 불쾌한 냄새 하나 없이 향기로운 너의 냄새는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아기냄새이다.


아기의 향을 맡다 보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기분이 있다.

꾹꾹 담아 눌러 흘러넘치도록 행복한 이 감정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라 해도

너의 냄새를 맡고 너를 가장 가깝게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모든 생명의 시작을 가장 작고 귀여운 존재로 만드신 신의 뜻은 정말 놀랍다. (처음부터 큰 인간이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으악ㅎㅎ) 그 작은 생명이 주는 힘은 또 어마어마하다.

맑고 순수한 너의 눈동자, 보드라운 너의 살결, 폴폴 나는 아기냄새 바로 사랑 그 자체이다.


우리 또한 그런 존재였으리라.

그러나 삶이 시간이라는 무게추에 의해 늘어나고 길어지며 우리는 작은 생명에 신이 주신 소중한 것들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맑고 순수하지만은 않은 눈동자, 거칠어진 살결, 풀풀 나는 사람냄새...

작고 작은 나의 첫째 아기가 어느덧 6살이 되었고

또 작고 작은 나의 아기도 이제 점점 자라고 있다.


자란다는 것은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겠지

나도 그렇게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이만큼 자라왔지 싶다.


부모는 아무리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 무게를 대신 견뎌줄 수는 없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지금 내는 사람냄새는 견뎌온 무게에 따라 삶으로 풍겨진다.


나는 나의 자녀들이 자신의 냄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삶의 따스함을 느끼며 행복을 느끼며 나의 모든 체취까지 사랑하여 준 그 마음을 기억하며 외롭지 않게, 외롭더라도 너의 사람냄새를 응원하는 누군가를 기억하며 삶으로 그 온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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