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오늘도 미안하고 사랑해

by 이지

바람처럼 되는 육아가 있을까?

바람 잘날 없는 육아는 있어도.


마음 한켠에 무거운 짐이 있다.

이 짐은 아이를 향한 나의 '거절'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하는 두려움이다.


6살 첫째 아이는 어려서부터 역할극을 좋아했다.

어려서야 혼자 노는 것이 어려울 터이지만 지금까지도 혼자 노는 시간은 힘들어하고(심심해하고)

함께하는 놀이의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둘째가 있기도 하고 또 육아가 나의 전업이라지만 아이가 깨어있는 내내 찰싹 붙어 놀이의 대상이 되어주기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같이 시간을 보내며 놀이를 한 다음에는 속에서 계속 꿈틀거렸던 말이 튀어나온다.


"이제 혼자 좀 놀아라~"

"엄마는 이제 조금 쉴게.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 해 보렴."


아이와의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놀이의 시간이었나 보다.

내 말 한마디에 안색이 어두워지고 서운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지금까지 노력한 나의 흔적이 물거품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혼자서도 즐겁고 재밌게 놀잇감을 찾아 집중하며 노는 아이의 모습을 기대한 나로서는 뒹굴뒹굴 지루해하며 또다시 엄마가 내게 같이 놀 시간을 가져주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를 볼 때 그야말로 가슴이 턱턱 막힌다.


사랑하는 나의 보물들인데 나는 이상하게도, 슬프게도 숨 쉴 구멍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속상하고 이름 모를 미움과 죄책감과 한탄이 어두운 그림자처럼 내 안에 공존한다.


"엄마도 엄마의 시간이 필요해."라는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일까?

거절의 언저리에 널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없다는 나의 말을 변명이 아닌 말로 들어줄 수 있는 나이일까?

그저 하루의 육아가 끝나고 잠든 아이 맡에서는 씁쓸히 삼켜지는 울음과 설움이 남는다.


네가 나한테 바라는 대로 내가 줄 수 없듯이

너 또한 내가 바라는 대로 커줄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한 건데.

나는 왜 나의 힘든 이유를 너에게서 찾는 것일까?


수많은 감정이 공존하는 육아의 오지.

오고 가는 대화와 감정의 선들 사이에 너와 나는 서로 무엇을 주고받고 있을까?

산 같은 미안함이 있는 이유는 산을 넘는 만큼의 사랑이 있어서이다.

하늘만큼 우주만큼 아니 그보다도 더 많이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미안하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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