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이란 무엇일까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막연하게 큰 사람이 되라는 뜻인줄 알았다. 그러나 요즈음의 나-조금 더 머리가 커지고 그때의 비해 경험이 많아진-에게 이 말을 다른 의미로 들리기 시작했다.
꿈은 마치 풍선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힘껏 불어넣어, 터지기 직전까지 커진 풍선. 그 풍선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아무리 풍선 끝을 꽉 묶었어도 공기가 점점 빠져나간다. 살면서 많은 좌절을 맛보고, '그래, 나는 애초에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들때 그 풍선을 바라보면,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풍선에 비해 많이 쪼그라들어 있더라. 그건 내가 그때에 비해 커졌기 때문이야, 라고 설명하기엔 너무나 초라하게 쪼그라들더라.
가끔 봉사 활동이나 여러 가지 일로 아이들을 만날 때면 항상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부끄럽다. 그 뒤의 말을 해주기엔 아이들의 동심을 꺾는 것 같아 차마 말하지 못한다. 내 풍선은 너무나 쪼그라들어 원래의 형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다시 그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어보려고 해도 아이였던 내가 기억하는 크기로는 되돌아가지 못하는 듯하다. 이제는 꿈이라는 단어가 내겐 너무 폭력적이다. 그가 상상하던 미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다른지 돌이켜볼때면 가슴이 아려오고 머리가 멍해진다. 이제는 아무리 힘껏 불어넣어도 내 손에 잡히는 크기에서 멈추게 되는 것 같다. 너무 큰 꿈을 꾸면 내가 더 괴로워진다는 생각에서 기인된 공포일까?
이런 내 이야기를 듣고 혹시 누군가가 생각난다면, 독자 분이 생각하신 그 철학자가 맞을 것이다.
"희망은 모든 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니체가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꺼낸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니체 철학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의 사상과 생각을 갖고 살다보니 니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내 생각이 더 강화된 것이 맞는 말이지만. 여담으로 이로 인해 철학자의 꿈을 꾸었으나, 이미 니체가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모두 정리해놓은 것을 보고 포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해한 니체 철학은 이러하다.
'예외없이 누구나 따랴아하는 공동체의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가? No.'
어려운 이야기를 다 쳐내고, 정말 뭉뚱그려서 이를 내 이야기에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지언정 너만의 꿈을 찾아라.'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말해도 그 모든 비웃음과 조롱 섞인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걸어갈 나만의 길을 찾아라. 그것이 진정 행복해지는 길이다. 머리로는 나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정말 이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나의 가슴, 혹은 나의 자존심이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모두 부정하고 원하는 것에 뛰어들 용기가 없다. 하지만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용기 또한 없다. 그것이 요즘의 내가 괴로운 이유가 아닐까.
이에 대한 해답을 아직도 나는 찾지 못했다. 나약한 내 자신이 한심하기만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초조해지고, 조급해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