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보다 마음
이름도 귀여운 우엉, 좋아하는 채소 중 하나다.
우엉을 채칼을 이용해 얇게 듬뿍 넣고 양배추도 좀 썰어 넣고
두부와 유부를 적당히 더해서 마지막으로 친정에서 얻어온 된장을 넣으면 끝
벌써부터 위가 위로받는 느낌이다.
내가 끓이는 된장국은 언제나 좀 느슨한 편이다.
재료가 많지 않고 색깔도 진하지 않지만 어쩐 일인지 만드는 동안은 즐거운 마음이 된다.
설렁설렁 적당히 만들다 보면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어떻게든 굴러갈 것만 같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
남들과 다른 모양새이면 어때
내 입에 맛있으면 되지
그런 마음이 되어 된장국을 휘휘 젓다 보면 울적했던 속이 달래진다.
어떤 것이 너무나 먹고 싶을 때
끼니가 되었을 때
당연히 요리를 하지만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도 나는 주방으로 간다.
도마를 싱크대에 놓고 프라이팬을 찾는 동안 벌써 설레고
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느라
이미 걱정과 고민은 나 몰라라 제쳐 두게 된다.
요리를 하는 동안 이래 보자 그래보자 이미 결정이 나는 경우도 있고
굳이 붙잡고 있었던 골치 아픈 일들이 스르르 풀어져 사라진 경우도 많다.
내친김에 저녁 재료 준비에 냉장고 정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언제 국물이 흘러 굳었는지도 모를 오래된 얼룩이라도 보일라치면 오히려 럭키다.
애초에 이 일을 하게 시작하게 된 원인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얼룩을 지워 버리겠다는 집념에 타올라 눈은 번득이고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또 어느새 하루가 훌쩍 가주기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경우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 불쾌한 감정들
답을 찾겠노라 계속 붙잡고 있어 봤자 뾰족한 수가 없다.
몸을 움직일 수밖에
사부작사부작 어떻게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장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게 오늘은 나의 점심을 차리는 일이었다.
우엉 된장국의 다정한 맛에 뭉클해진다.
아~~
나이가 많으면 또 이렇게 눈물도 많은 법이다.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