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7 천보

_마지막 레이스가 달콤한 법

by 하이움

반가운 정보를 발견했다.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당뇨, 알츠하이머,

우울증 할 것 없이

만병통치로 통하던 만보 걷기가

실은 7 천보만 걸어도 건강효과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올레~~

걷는 시간도 하루 1시간으로 늘어나면

투자한 시간에 비해 건강상 이득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니까 가성비가 쭉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3~5회 정도 한 번에 7 천보만

꾸준히 걸어주면 충분하다니

이 얼마나 반갑고 힘이 나는 정보인가.


현금화가 가능하거나

커피를 먹을 수 있는 만보 앱을 깔고

악착같이 걷는 사람들을 볼 때나

부쩍 늘어난 러너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같은 지구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뛰고 걷는 일에는 관심 1도 없었던 나,


이번 생에는 인연이 없으려니 했던

내가 '7 천보'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인다.


사실 내 상황이 도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나를 붙잡고 있는 것들로부터

잠시 피해 있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다른 장소가 필요했으니까.

걷거나 달리기를 위한 야외장소는

아주 적절해 보였다.


무작정 운동화를 신고 달려 나간 강둑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달리고 있었다.

다들 나처럼 힘들어서 나왔는지

순전히 건강을 위해서 나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따라 걸으면서 계절을 구경하는 게 좋았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고

무려 새해를 맞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걸었던 건 아니고

그런 날들을 피해 가면서 요령껏 걸었다.

벤치에 오래 앉아 있는 날도 있었고

옆길로 새 커피숍에서

차를 홀짝 거리거나

가다가 되돌아오는 날도 있었지만

꽤 자주 '걷다'를 기록했다.


그러는 동안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건 한동안 나를 혼랍스럽게도 했지만

결국 삶의 진실을, 진짜 얼굴을

보여준 건지도 모르겠다.


가슴 아픈 일들을 겪고 있더라도

웃을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그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슬픔이 오면 오는 대로

기쁜 순간은 또 그것대로

마음속에는 각각의 자리가 있으니

내 방식대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기쁨을 누리면 되는 거였다.


머뭇거리지 말고.


나이가 드니

아는 것도 많고 깨닫는 것도 많아진다.

나쁘지 않다.


감사와 기쁨을 떠올리는 일은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고

이내 회복의 분위기가 풍겨 왔다.


7 천보를 걷는 동안

그런 생각이 떠오른 건지

앉아 쉬는 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조금씩 나이에 걸맞는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 7 천보.

아직 습관이라고 말하기도 뭣하고

여전히 핑계를 대며 건너뛰는 날들이 많다.


그래도 머지않아

"하루라도 7 천보를 걷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해서"

라며 말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도 신난다.

괴로워서 시작을 했든

죽을 것 같아서 시작을 했든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이제는 걷는 것이 덜 힘들고

가끔은 몸이 너무 가벼워

계단을 순식간에 오르기도 한다.


놀랍게도 걷거나 달리는 일을

취미로 삼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슬슬 폼을 내 봐야지.

언제나 그렇듯 운동은 장비빨,

작아져서 못 입는 아들 점퍼,

작아져서 못 신는 아들 운동화는 그만,

일 년을 채운 기념으로

점퍼도 사고 운동화도 새로 장만한다.


그러니 기분도 산다.


그렇게 새 옷을 입고 새 운동화를 신고

올해도 열심히 걸어보자.


이왕이면 매일 7 천보.